경찰, 복수 관련자 진술 확보…최근 본격 수사 돌입
한노총 간부 "대우, 왜 돈 받고 투쟁 안 하냐고 압박"
대우건설 "노무사 소개로 계약…한노총인지 몰랐다" 대우건설이 지난 2021년 울산 북신항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이하 민주노총) 파업 당시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건설기계분과(이하 한국노총)에 민주노총과 투쟁하며 공사를 대신하는 조건으로 돈을 건네 '노노(勞勞) 갈등'을 부추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최근 대우건설이 한국노총에 '민주노총을 몰아내달라'며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레미콘 운송비로 한국노총에 10억 원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는 민주노총에 대한 투쟁을 전제로 한 '밀약'이었던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21년 울산 북신항 터미널 공사와 관련해 레미콘 단가 인상, 플랜트 조합원 채용 등을 요구하며 대우건설과 갈등을 빚었다. 민주노총은 2021년 4월 7일부터 6월 16일까지 71일 동안 레미콘 수급을 중단했고 대우건설은 한국노총 소속 레미콘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했다.
양대 노총은 이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했고 한국노총 조합원 6명이 민주노총 간부를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결과 한국노총이 지역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최근 수사에서 한국노총 간부로부터 "민주노총을 상대하는 대가로 1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당시 대우건설과의 계약은 한국노총 건설기계분과 본부장 A 씨 등이 주도했다.
계약 협상에 참여했던 한국노총 간부 B 씨는 18일 UPI뉴스와 만나 "대우건설 측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길래 (민주노총과)싸울 마음이 있느냐, '투쟁'하려면 돈이 들어간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이 민주노총을 몰아내는 조건으로 돈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또 있다. 대우건설이 한국노총에 제공한 레미콘 운임비 10억 원은 통상적 수준을 뛰어넘는 파격적 금액이다. 복수의 한국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에 운행한 한국노총 소속 레미콘은 하루 15대 정도였다.
당시 현장에 레미콘을 투입했던 한국노총 레미콘지회 간부는 UPI뉴스와 통화에서 "레미콘 한 대당 일대비(레미콘을 하루 운용하는 비용)로 40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평상시 일대비(20만~30만 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기간 71일에서 주말을 뺀 51일 동안 현장에 투입된 레미콘 15대를 운행하는데 드는 총 비용은 일대비를 40만 원으로 계산해도 3억 600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제공한 돈이 순수한 목적의 '운송비'가 아니라 민주노총과의 정면충돌을 감안한 '지원금'으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내용은 2021년 4, 5월 쯤 선(先)지급된 돈을 한국노총 간부 한 명이 유용해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바람에 드러났다. UPI뉴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한국노총 간부들은 "대우건설이 투쟁기금으로 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10억 원을 받기로 했고 그 사이에서 C 씨(한국노총 건설기계분과 대외협력국장)가 4억 원을 '선지급' 받았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간부가 "민주 쪽(민주노총) 좀 막아달라는 것이었느냐"고 물었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녹취록에는 한국노총이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아 대우건설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일부 간부는 "4억이 먼저 가고 대우 측에서 우리가 투쟁하는 것을 보고 돈을 주겠다는 명목이었는데, 돈 받은 XX(한국노총 간부)들은 벌써 아무도 안 보이고"라며 걱정을 토로했다. 이어 "투쟁도 안 하고, 투쟁을 하긴 해야 되는데"라며 "회사(대우건설)는 지금도 '너희는 왜 돈은 받아가고 (투쟁)안 하냐'는 식으로 말한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에서 대우건설 돈이 '억 단위'로 나뉘어 한국노총에 전달된 정황도 드러났다. B 씨는 "저들(대우건설, 한국노총 본부장 A 씨)은 (입금된 돈이) 장비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는데,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계좌에 입금된 금액이 매달 '억 단위'로 딱딱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정상적인 장비 대여금이라면 매달 입금된 금액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소비자연맹 이민석 사무총장(변호사)은 "대우건설이 한국노총을 대체인력과 구사대(회사를 구하기 위해 모인 조직)로 동시에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사무총장은 "실제 레미콘 운송에 들어간 돈은 문제가 없겠지만, 운송비를 초과하는 비용은 배임증재죄(유리한 결과를 부탁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뇌물을 주는 것)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노노 갈등 조장'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시 지연되던 작업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라 한 번 시작하면 중단할 수 없는 공사였는데, 파업으로 현장이 너무 오랫동안 멈춰있어 고민이 많았다"며 "그 과정에서 모 노무사가 소개해 준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 한 곳이 민주노총 파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계약을 맺은 레미콘 업체가 한국노총 소속인지도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계약을 주도한 A 씨는 "(일부 간부가) 경찰에서 '민주노총을 밀어내겠다' 이렇게 진술을 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대우건설 측에 '이거 불법이냐, 정상적인 것이냐'고 물어봤고 '정상적인 것'이라는 답변을 들어 운송을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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