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묻지마 범죄에 호신용품 판매량·검색 '봇물'

김경애 / 2023-08-04 12:35:31
G마켓, 2주간 호신용품 매출 전년 대비 243%↑
11번가 거래액도 직전 2주 대비 100%↑
네이버쇼핑 검색량, 최근 1년 최고치 경신
업계 "심리적 불안 확산, 판매량 상승 지속될 것"
경기 성남시에 사는 A 씨는 지난 3일 저녁 오픈마켓에서 호신용 삼단봉을 3만 원가량에 샀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13일 만에 분당 서현역에서도 유사한 흉기 사건이 발생하자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A 씨는 "구매 이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삼단봉은 정당방위 인정이 특히 어렵다고 했다. 뒤늦게 알고서 아차 싶었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 주문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네이버쇼핑과 쿠팡에서 호신용품이 판매되고 있다. [김경애 기자]


범행 동기와 대상이 모호한 이른바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면서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짧은 봉이 3단으로 수납된 삼단봉이 호신용품으로 특히 인기다. 경찰과 보안업체 경비원들이 애용하는 무기로 알려지면서다. 일부 상품은 판매가가 10만 원을 훌쩍 넘지만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2주 간 G마켓의 호신용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호신용 삼단봉 판매량은 303% 껑충 뛰었다.

11번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최근 2주간 호신용 경보기 거래액이 직전 2주(7월7일~20일) 대비 109% 늘었다. 같은 기간 호신용 스프레이는 171% 신장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반복되면서 불안한 심리가 확산돼 호신용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타격력이 좋은 삼단봉과 휴대성 좋은 스프레이·경보기가 특히 잘 나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G마켓에서 판매되는 삼단봉. [김경애 기자]


불안한 심리는 검색량에도 반영됐다. 네이버 쇼핑 쇼핑인사이트에서 최근 1년간 '호신' 검색량 추이를 살펴본 결과 전날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을 '100'으로 가정 시, 작년 8월 3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는 3~10을 유지했는데 지난달 21일부터 상승세를 탔다. 21일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지난달 20일 '5'에서 다음 날인 21일 '47'로 껑충 뛰었고 이달 2일까지 두 자릿수를 유지하다 전날 '100'으로 하루 만에 10배가량 올랐다.


문제는 구매한 호신용품을 사용할 때다.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하면 피해자가 한순간 가해자로 둔갑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당방위 인정 요건은 △현재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자기나 다른 사람의 법적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행위일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세 가지로 요약되고 상당히 깐깐하다. 흉기를 든 사람이 공격하기 전에 먼저 공격하거나 필요 이상의 방어를 해선 안 된다. 방어 행위는 반드시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소극적 방어'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10대를 맞고 1대만 때려도 쌍방폭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위해선 이 1대를 상대방이 10대를 때리는 중에 때려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행위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당방위 요건을 만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이 상해 진단서를 첨부하면 상해죄가 성립돼 피해자가 오히려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경기 김포시에서 14개월 된 아이가 갑작스레 다가온 20대 남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당시 아기 아빠가 남성을 뒤따라가 뒤통수를 때렸고 가해자 측은 아기 아빠를 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하지만 아기아빠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성'과 '보복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소극적 방어 수준을 넘은 쌍방폭행 행위라고 판결이 났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어차피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데 호신용품을 살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묻지마형 범죄가 횡행하는 점에서 정당방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거나 사형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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