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상위층에 유리한 입학정책···첨예한 삶의 이익 걸린 문제
입시제도가 미래사회 디자인···공정·정의 작동하는 정책적 노력 긴요 현재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계 저널리스트의 26%, 경제매거진 포춘 선정 500대 기업 CEO의 12%, 33세 기준으로 연간소득 상위 0.1%의 13%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출신 대학은 어디일까.
지난주 브라운대 존 프리드먼, 하버드대 라지 체티, 데이비드 데밍 등이 전미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의하면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12개 대학이다. 브라운, 컬럼비아, 코넬, 다트머스, 하버드, 펜실베이니아, 프린스턴, 예일 8개 아이비리그와 시카고, 듀크, MIT, 스탠퍼드 4개 명문대를 이 논문은 아이비플러스(Ivy-Plus)라 칭했다.
아이비플러스 출신은 현재 미 상원의원의 25%, 1961년 이후 미 대통령의 42%, 1967년 이후 미 연방대법관의 7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Ph.D, 로스쿨 등 전문 학위 취득을 위한 대학원 입학자도 아이비플러스 출신이 압도적이다. 12개 아이비플러스와 뉴욕대, 워싱턴대 등 12개 명문 사립대, 미시간대, 버클리대 등 9개 명문 공립대 등 톱 30위권 대학원 입학자의 26%가 아이비플러스 출신이다.
아이비플러스 출신은 전체 미국 인구의 0.5% 미만이다. 이는 극소수의 특정 대학 출신이 미국 사회를 이끌고 있거나 장차 이끌어갈 엘리트 그룹의 다수를 차지하는 극명한 불균등(disproportion)의 대비를 보여준다.
이쯤 되면 미국의 엘리트는 출신 대학이 만든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이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우대 입학정책(affirmative action)이 위헌임을 결정하자 향후 입시제도 전개 양상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입학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엘리트 그룹으로 다가가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임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입시제도는 그들에게 첨예한 삶의 이익이 걸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이 지난달 위헌 판결을 내면서 말한 대로 대학입학은 제로섬 게임이다. 입시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 하버드대 졸업생 가족 우대 입학제도(이른바 legacies)가 지금 도마에 오른 이유다. 이번 달 하버드대에 위헌 소송이 제기된 데 이어 이례적으로 백악관이 직접 실태조사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러한 제로섬 게임의 실태를 더 들여다보자.
전미경제연구소 논문에 의하면 가족 소득 상위 1%(세전연간소득 61만 달러 이상)에 해당하는 지원자가 아이비플러스 입학생의 16%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소수인종 우대 혜택으로 들어온 흑인과 히스패닉 입학생 비중과 거의 같다. 그래서 소득상위 1%와 소수인종 출신을 합치면 입학생의 30%가 넘는다. 소득상위 1% 입학생은 중산층(세전연간소득 8~12만 달러)과 단순비교해도 55% 이상 많다. 한편 소득상위 1% 지원자가 순수한 교과목 시험성적만으로 선발되었다고 가정하면 입학생의 7%를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교과목 시험성적에 비해 두배 이상인 16%나 입학한 것은 하버드와 같은 졸업생 가족 우대제도(이미 성공한 가족이 동문), 부유층이 다니는 사립고등학교에서의 활발한 비교과목 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 예: 아트 활동, 학교신문에의 기고)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소득상위 0.1% 지원자의 경우 교과목 시험성적에 비해 아이비플러스 입학생이 세배에 달했고 지원자의 15%는 가족이 동문이었다.
미국의 실태가 이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못지않은 교육열과 함께 스카이플러스(SKY-Plus)라는 새로운 단어가 유추된다. 강남을 비롯한 소득 상위층의 명문대 진학률은 갈수록 높아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험 준비 사교육비는 중산층 이하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마침 이번 달 한국경제학회 경제학연구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스카이플러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상위권 16개 대학 출신 40~44세 기준 임금이 하위권보다 5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도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자 출신 대학은 고려대 20%, 서울대 19%, 연세대 15%로 스카이가 과반수를 차지했다. 로스쿨 이전 사법시험 체제에서도 서울대 법대, 고려대 법대 등이 합격자를 과점함으로써 사법부와 검찰을 포함하여 법조 엘리트 그룹을 형성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이비플러스 출신 연방대법관 71%가 결코 남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아이비플러스에 비견되는 스카이플러스가 한국에도 있어 왔고 그 입학에 소득 상위층 등이 쏠려온 측면이 없지 않다.
대학입학 정책은 어떤 사회를 디자인할 것이냐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예컨대 시험점수로 표현되는 교과목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주로 선발한다는 것은 미래 사회를 그 유형의 사람들이 주도하도록 하는 것과 다름없다. 비교과목 활동과 경험, 사회경제적 배경 등 다양한 특성을 입학정책에 고려한다면 그 대학 출신들이 이끌어갈 미래 사회 모습은 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대학입학제도가 자칫 사회계층간, 세대간 불평등을 영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공정과 정의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는 사회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입학제도를 둘러싼 논의와 변화 흐름, 그리고 우리의 현실과 미래를 총체적으로 살피는 통찰력과 정책적 노력을 교육당국에 기대한다.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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