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CJ올리브영 제소한 속뜻은?

김기성 / 2023-07-26 13:56:08
CJ올리브영, 시장지배적 지위 인정되면 과징금 320배
쿠팡의 제소, 결과적으로는 CJ올리브영 돕게 될 듯
쿠팡도 온·오프라인 합쳐야 우월적 지위 벗어날 수 있어
쿠팡과 CJ의 갈등이 풀기 힘든 고차원 방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햇반 등의 납품가 갈등으로 시작된 두 회사의 충돌은 서로가 우군을 규합해 싸움을 키우더니 이번에는 쿠팡이 CJ그룹의 핵심계열사인 CJ올리브영에 대해 납품업체에 독점 거래를 강요했다면서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에 따라 식품에서 시작된 쿠팡과 CJ의 싸움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으로 사업영역이 겹치는 물류와 OTT부문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도 제기됐다. 그러나 쿠팡의 CJ올리브영에 대한 제소가 누구에게 이득이냐를 따져보면 확전이 아니라 쿠팡의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왼쪽), CJ올리브영 매장 전경 [각사 제공]

공정위 9월 전원회의에서 CJ올리브영 과징금 결론낼 듯

쿠팡의 노림수를 짐작하기 위해서는 CJ올리브영의 현재 상황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CJ올리브영은 이미 납품업체에 대해 독점거래 등을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 헬스앤뷰티(이하 H&B) 업체에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강요한 혐의다. 공정위 조사결과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의혹은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오는 9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과징금의 규모다. 공정거래법상 한 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무거운 과징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으면 대규모 유통업법이 적용돼 과징금 선정방식도 다르게 적용된다. 매출액이 아닌 위반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거래처별 납품금액을 일일이 합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위반의 중대성에 따라 1000만 원에서 5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에 따라 과징금 1600억 vs 5억

이를 CJ올리브영에 대입해 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되면 물어야 할 과징금을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작년 매출 2조7800억 원의 6%인 1600억 원이 넘는다. 반면 시장 지배적 지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면 최대 5억 원의 과징금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결국 CJ올리브영의 시장 점유율이 과징금 1600억 원과 5억 원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그런데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H&B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사업자다. 작년 말 기준으로 1289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어 운영 점포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71.3%에 달한다. 당연히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 그러나 H&B시장의 영역을 온라인으로까지 확대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쿠팡을 비롯해 네이버, 마켓컬리, 무신사 등이 온라인 H&B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합친 H&B 시장 규모는 22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의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 지배적 지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쿠팡의 제소를 계기로 온·오프라인 시장 융합 주장 제기

따라서 CJ올리브영도 H&B 시장을 온·오프라인을 아울러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공정위가 받아들일지는 의문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쿠팡이 CJ올리브영이 온라인 시장에서 납품업체에게 독점적 거래를 강요했다면서 공정위에 제소한 것이다. 1차적으로는 CJ올리브영의 갑질 행위를 고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CJ올리브영의 방어 논리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물론 쿠팡의 이번 제소가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에 어떤 작용을 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H&B 시장에서 뿐 아니라 대부분 영역에서 유통업체의 사업영역을 온·오프라인 시장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보더라도 온·오프라인 시장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융합된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쿠팡-CJ 갈등은 현재진행형

작년 11월 햇반에서 시작된 갈등은 서로가 우군을 규합하면서 아직도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빈자리를 중소·중견 기업 제품으로 채우면서 상생 차원에서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경쟁하는 11번가와 롯데온 등과 반(反)쿠팡 연대를 형성해 쿠팡에 대항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은 '왜 쿠팡이 CJ올리브영을 제소했을까?'하는 것이다. 갈등의 상대방인 CJ에 대한 1600억 원의 과징금을 5억 원으로 낮춰줄 수 있는 '신의 한수'를 도와준 이유는 뭘까?

쿠팡과 CJ, 오른손은 싸우고 왼손은 악수?

쿠팡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24.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CJ올리브영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온·오프라인 넓혀 보면 쿠팡의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은 4.4%에 그친다. 두 회사가 온·오프라인은 뒤바뀌었지만 같은 처지인 셈이다.

더구나 쿠팡은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다른 경쟁 온라인 몰에서는 더 비싸게 팔 것을 요구했다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여기서 핵심도 쿠팡의 거래 상 지위가 문제다.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납품업체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제소한 것은 단순한 확전은 아니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오른손으로는 치고받고 싸우지만 왼손으로는 악수하고 이익을 도모하는 장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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