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사망한 오송참사...지자체 위기관리 부재 드러난 '인재(人災)'

박상준 / 2023-07-18 11:08:45
충북도·청주시, 금강홍수통제소·주민 경고 수차례 외면
지역 주민들, 지자체의 탁상행정과 뒷북 행정 비판
충북을 강타한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침수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관련 사망자가 1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당국은 이번 참사로 인한 실종자 인원이 모두 확인돼 수색작업도 마무리됐다. 

▲ 침수 하루가 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물빼기와 인명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소방당국은 17일 오후 8시10분쯤 침수사고가 난 지하차도 인근 200m 떨어진 하천변 농경지 부근 풀숲에서 시신 1구를 수습했다. 또 물을 모두 빼낸 지하차도 내부에선 경찰의 CCTV 판독에서 드러난 침수차량 15대보다 2대 많은 17대가 뻘속에서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참사를 지켜본 지역주민들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충북도와 청주시가 발 빠르게 대처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참사의 전체적인 정황을 보면 지자체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가 얼마나 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4시5분29초에 청주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 "오늘 오전 4시10분 미호천 청주시(미호천교) 홍수경보 변경 발령. 저지대 침수및 하천범람등의 우려가 있으니 피해 대비 바람"이라는 내용의 안전문자를 보냈다.

​참사 2시간 전엔 금강홍수통제소는 청주 흥덕구청에 "미호강 제방이 버틸 수 있는 한계수위에 대비해 매뉴얼대로 통제하라"고 통보해 구청이 이를 본청 관련부서에 전달했으나 청주시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에 전하지 않았다.

특히 소방당국이 미호강 일부가 터지고 있다는 주민 신고를 119를 통해 접수받고 오전 8시쯤 현장에 출동해 심상치않은 상황을 시청 당직실에 전달했다. 이때가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지만 청주시는 이마저도 무시했다.

시민들은 몰라도 지자체는 이 정도 안전문자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답이 나왔어야 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도 청주시 대중교통과는 관내 시내버스업체에게 침수가 진행된 9분 뒤에 폭우로 통제된 도로를 우회해 물이 들어 찬 지하차도를 이용하라고 권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충청권을 강타한 장맛비가 사상자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4일부터다. 세종과 충남에선 이날 산사태로 4명이 사망했고 충북에선 괴산댐이 범람해 충주 수주팔봉 인근 마을을 덮쳤다.

​청주는 특히 하늘이 뚫린 것처럼 사흘 내내 폭우가 쏟아졌고 충청권에서 가장 많은 500mm(13~16일 누적강수량) 이상의 비를 뿌렸다. 더 큰 재난에 대비해 비상망을 가동하고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재난이 우려되는 지역을 점검해야 했다. 

하지만 충북도와 청주시는 이 같은 재난위기에 탁상행정, 뒷북행정으로 참사의 규모를 키웠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지자체가 여러 번의 경고음을 무시한 대가는 컸다. 직선거리 600m에 위치한 미호강 제방유실로 6만톤의 물이 한꺼번에 길이 470m, 4차선인 지하차도를 덮치면서 유례없는 인명피해를 냈다.

오송 궁평 지하차도 인근에 사는 시민 김원호(59) 씨는 "평소에 자주 지나다니는 지하차도에서 이런 대형참사가 난 것이 너무 놀랍고 안타깝다"며 "온종일 쏟아진 장대비로 인근 미호강이 범람위기에 처해있었는데 지자체가 신속하게 지하차도를 차단하지 않은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뒤늦게 책임소재를 따지는 정부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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