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장 이후 AS 센터 부족 등 정비 편의성도 저하
주행 중 동력상실, EV9 유리창 떨림 등 품질도 이상 신호 전반적인 경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기업을 꼽으라면 현대차그룹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글로벌 3위 자동차 회사로 몸집을 키우면서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은 물론이고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서 세계시장에서 고급차 대접을 받고 있다.
과거 미국시장에서 '중고차보다 싼 차'라는 수모를 겪은 일은 이제 까마득한 옛날 얘기가 됐다. 제네시스가 처음 출시돼 좋은 품질을 선보이자, 품질 좋은 중국제품을 비아냥거리던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에 빗대 '제네 실수'라는 말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파란 신호등이 아닌 노란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줄어드는 가격 경쟁력
현대·기아차도 이제 고급차 반열에 올랐으니 다른 수입차에 비해 싸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이 현대·기아차를 국민차로 여겼던 것 중에 하나가 가격 경쟁력이었다. 내연기관 차종을 기준으로 보면 현대 쏘나타의 최저가는 3000만 원이 채 안 돼 5000만 원대인 BMW 3시리즈와 아우디 A4, 6000만 원대인 벤츠 C클래스보다 확실한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그런데 전기차로 바뀌면 가격 차이는 현격히 줄어든다. 아이오닉5의 최저가는 5005만 원인데 비해 동급의 수입차를 보면 아우디는 6000만 원대, 벤츠는 7000만 원대, BMW는 8000만 원대이다. 아직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차이는 많이 줄어들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수입차 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에 나서면서 벤츠는 600만 원, BMW는 900만 원가량 저렴해져 가격 우위는 크게 줄어들었다.
인건비와 재료비에서 경쟁력 확보 쉽지 않을 듯
이런 가격 경쟁력 저하는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 실적을 보면 현대·기아차는 모두 3만8000여 대를 팔아 1년 전보다 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수입 전기차는 1만81대가 팔려 작년 상반기 대비 60%가 증가했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전기차에서 핵심부품인 배터리는 전체 원가의 30%에서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원가를 낮추려면 배터리 구입 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이는 완성차 업체의 몫이 아니다. 여기에다가 현대·기아차는 인건비에서도 결코 경쟁우위에 서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굳어진 사실이다.
전기차 시대, 현대·기아차의 정비 편의성도 저하
또 하나 현대·기아차를 소유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은 정비의 편리함이었다. 전국 어느 정비소에 맡겨도 불편 없이 고장을 수리하고 부품이나 오일을 교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기차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인터넷의 전기차 동호회를 보더라도 가장 많은 불만이 전기차 수리를 맡길 AS센터가 부족하다든지, 수리를 맡겨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약 4만5000개 자동차 정비소 가운데 전기차 정비나 수리가 가능한 곳은 1658군데로 3.6%에 그쳤다. 현대차만 놓고 보면 전국 1166개 블루핸즈(현대자동차 공식 차량정비서비스 업체) 가운데 전기차를 수리 정비할 수 있는 곳은 513개에 불과하다. 물론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전동차 마스터 인증 프로그램'을, 그리고 지난달에는 '전동차 기술인증제'를 도입해 전기차 정비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섰지만 늦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잘 나가던 품질도 '덜컹'
현대·기아차에 대한 품질 불안도 그냥 넘길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아이오닉5와 EV6의 주행 중 동력 상실의 원인으로 지목된 통합충전제어장치(ICCU)에 대해서는 결국 13만6000대를 무상 수리해 주기로 뒤늦게 결정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결함을 잡겠다는 현대·기아차의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ICCU의 교체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그밖에도 EV9의 주행 중 운전석 유리창 떨림에 대해서도 개선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특수한 상황에서만 떨리는 현상' 또는 '다른 비슷한 차종에서도 발견되는 문제'라고 얼버무리고 있다. 또 언제 적용될지 모를 자율주행 3단계도 EV9에 채택된다고 성급하게 발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 '중고차보다 싼 차'를 만들던 시절에는 이러한 대응이 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글로벌 고급차 반열에 오른 상황에서는 더욱 조심하고 점검해야 한다. 그게 바로 '잘 나갈 때 몸조심'하는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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