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반도체 1위도 SK하이닉스에 내줘…격차 확대 우려
이재용, 실리 추구하되 선대회장 유산 '1등 주의' 지켜야 삼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1등'일 것이다.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이름을 붙인 삼성 계열사 가운데 유독 '제일'이라는 단어가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제일제당', '제일모직', '제일기획' 등등. 품질 제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업계의 1등을 하겠다는 삼성그룹의 포부가 담긴 이름들이다.
고 이병철 회장의 이러한 '1등 주의'는 고(故) 이건희 회장 시절에도 이어졌다. 얼마를 투자 하더라도 삼성이 발을 디딘 이상 1등을 해야 한다는 것은 삼성의 DNA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삼성의 이러한 '1등 주의'는 퇴색하고 있고 그 결과 주력 사업에서 조차 1등을 위협받는 참담한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삼성 스포츠단 '꼴찌 그랜드 슬램'이라는 신조어의 주인공
삼성이 '1등 주의'를 버렸다는 것은 스포츠 부문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한때 '스포츠 명가', '삼성왕조'로 불렸던 삼성 스포츠단의 성적은 참담함 그 자체다. 4대 프로 스포츠 전 종목에서 동시에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 때문에 '꼴찌 그랜드 슬램'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삼성 스포츠단은 2022-2023 시즌을 마친 남자 농구와 배구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는 14승 40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꼴찌에 머물렀고 프로 배구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역시 11승 25패로 7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라는 수모를 당했다.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프로 야구와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은 프로야구에서 한 번도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 한 일이 없다. 그러나 지금 28승 45패로 리그 10위 꼴찌에 머물러 있다. 프로축구 역시 수원 삼성은 현재 2승 3무 14패로 12개 팀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프로 축구는 11위 팀과의 승점 차가 4점이나 벌어져 2부 리그로 강등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 스포츠단, '1등 주의' 버리면서 투자 축소
삼성 스포츠단의 성적 부진은 투자 축소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처럼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거나 각 계열사가 운영하던 스포츠 팀이 제일기획으로 관리 주체가 바뀌면서 예산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게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연간 운영비는 300억 원대였지만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이후 200억대로 내려갔고 삼성라이온즈 역시 팀 연봉 1위 구단이었지만 2018년에는 7위 수준까지 떨어졌다. 투자가 줄어드니 우수 선수 확보가 어려워져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에 뒤처진 HBM, 내년엔 격차 확대 우려
이러한 변화에는 이재용 회장의 실리주의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그러나 '1등 주의'를 버린 대가는 혹독하다. 삼성그룹 전체를 통틀어 가장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자료를 보면 글로벌 HBM 시장의 점유율은 지난해 SK하이닉스가 50%이고 삼성전자는 40%로 밀렸다. 또 올해 점유율은 SK하이닉스는 53%로 더 높아지고 삼성전자는 38%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D램이나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1위이고 또 HBM 반도체가 이제 막 시장을 형성한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1등을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늘 '1등'을 해 왔고 반도체 분야, 그것도 메모리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삼성의 기존 이미지와는 너무도 다른 소식임에 틀림없다.
전격 인사로 추격 나섰지만 '1등 주의' DNA는 지켜야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를 담당하는 D램 개발실장을 황상준 부사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또 D램 개발실의 조직을 세분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는 상시적인 개편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HBM 반도체의 선두를 빼앗긴 데 대한 추격을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1등 주의'가 지나친 경쟁을 유도하면서 동종 사업자와 갈등을 빚기도 했고 때론 편법이 동원되면서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고 이병철, 이건희 두 선대 회장들의 노력으로 각인된 '삼성은 1등'이라는 인식은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줬고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실리주의는 추구하되 '1등 주의'라는 헤리티지(heritage:유산)를 이어가는 것이 이재용 회장의 과제일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