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제조·판매 분리로 플랫폼 영향력 ↑…빅테크, 甲되나

황현욱 / 2023-06-19 15:01:02
"금융사, 빅테크에 종속 심화시 독자사업 불가" 우려
전문가들 "빅테크에만 관대한 금융 규제, 보완해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사들의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빅테크사들의 금융산업 직접 진출, 금융권 제조와 판매 분리 가속화, 빅테크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이 맞물려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식당들이 배달 앱에 종속당하는 것처럼 금융사도 빅테크사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테크사가 '갑'이 되는 셈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CMA-RP 네이버통장(미래에셋네이버통장)'의 잔고는 이날 기준 2조 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네이버통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파이낸셜이 디지털금융 시너지를 위해 협업해 출시한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 RP(환매조건부채권)형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네이버페이를 결합했다.

▲'미래에셋증권 CMA-RP 네이버통장' 홍보 이미지. [네이버파이낸셜 제공]

입출금이 자유롭고 하루만 맡겨도 1000만 원까지 연 3.55%, 1000만 원 초과분에 대해 연 3% 수익을 제공한다. 통장 내에서 △국내·외 주식투자 △공모주 청약 △펀드 등 금융 상품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통장으로 네이버페이머니를 충전 후 결제하면 결제금액 최대 3%가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된다.

이 통장은 빅테크사와 금융사의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금리 혜택을 비롯해 캐시백 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한국판 애플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국내 빅테크사들은 금융사들과 협업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상품 출시 외에도 금융 라이선스를 획득해 직접 금융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인터넷 전문 은행 라이선스를 통해 카카오뱅크를 운영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을 통해 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빅테크의 금융 서비스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는 빅테크 금융 플랫폼이 금융상품 중개를 통해 타 금융사에 대한 '게이트웨이'로 발전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사례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대출중개업 라이선스를 토대로 대출 비교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을 통해 예금 비교 플랫폼 진출이 예정된 상황이다.

빅테크의 대출 비교 플랫폼은 시중은행을 포함한 대다수 금융사 금융상품 입점을 통해 고객과 금융사를 연결하는 '게이트웨이'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31일 출시된 '온라인 대환대출 이동 시스템'은 빅테크사의 금융 플랫폼 역할이 확대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외 빅테크의 금융 서비스 전략.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제공]

금융사들은 걱정이 한가득이다. 제조와 판매 분리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금융사가 빅테크와 고객 접점을 두고 직접 경쟁하면 결국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준산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빅테크와 금융사가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더 많은 고객 접점을 보유한 쪽이 주도권을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카오, 네이버 등 더 많은 고객 접점을 보유한 빅테크사들이 금융사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도 "대형 플랫폼은 여러 회사의 여러 상품을 동시에 살펴보면서 고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며 "배달의민족·요기요 탄생 후 식당들이 이들에게 종속됐듯이 금융사 역시 마찬가지 신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또 "금융사가 상품 판매를 위해 빅테크 플랫폼에 의존하게 될 때 더욱 많은 금융상품이 빅테크 플랫폼에 집중돼 영향력이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라며 "금융사들은 빅테크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 참여가 가져올 결과를 예측해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빅테크 종속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빅테크 플랫폼에 금융사들이 종속되고 상황이 심화될 경우 금융사들은 독자적인 사업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플랫폼에 종속될수록 소비자보다 플랫폼 눈치를 보게 될 거란 이야기다. 

같은 금융업을 하더라도 금융사들이 더 강한 규제를 받는 점도 문제다. 서 교수는 "빅테크사들은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고 있지만 금융사들이 적용받는 법에 비하면 세밀한 영업규제가 없어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테크사는 금융사보다 완화된 규제를 받고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빅테크를 미래산업이라고 보면서 규제에 무척 관대하다"며 "이런 점 때문에 빅테크사 독점이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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