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송도·판교 신도시 대표 상권들, 엔데믹에도 '공실 몸살'

박정식 / 2023-06-13 17:15:57
권리금 없는 점포도 매물로 나오기도
금융부담 커져 점포 유지 부담 가중
경기 고양 일산과 성남 분당 판교, 인천 송도동 송도국제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 대표 상권들이 '공실의 늪'에 빠졌다. 영업 중인 점포들도 상가 침체 여파로 부진을 겪고 있어 상권 전체가 붕괴 위기에 직면한 양상이다. 

▲ 13일 경기 고양 일산 신도시 도심 내 중심 상가인 라페스타의 한 가게 전면에 임대문의 안내문 여러 장이 붙어 있다. [박정식 기자]

13일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 도심 내 중심 상가인 라페스타를 찾았다. 라페스타는 과거 김포·파주 등 인접 지역 수요를 빨아들이는 일산신도시 대표 상권이었다. 지하철 역세권인데다 호수공원까지 끼고 있어 지금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당시 권리금 호가가 1억5000만~2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침체 분위기가 역력하다. 라페스타 거리 1층엔 약 30%가 비어 있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적은 2층에도 공실이 늘고 있다. 영업시간인데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보인다.

임대문의가 붙은 빈 점포들 임대료는 200만원대로 반토막 났다. "말만 잘하면 100만원대도 계약할 수 있다"고 한 부동산중개인은 전했다. 게다가 권리금 없는 매물이 대부분이다. 임차수요가 거의 없다 보니 입점만 해달라는 임대인의 읍소가 반영된 셈이다.

라페스타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웨스턴돔 상가도 마찬가지다. 이 곳도 라페스타와 함께 일산 양대산맥 상가로 불렸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가 1층 점포의 절반 정도가 비어 있다. 이곳도 권리금 없는 매물이 부지기수다.

라페스타 점포 중개인은 "김포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에 신규 상권이 형성되고 지하철 3호선으로 직결되는 삼송신도시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라페스타를 찾는 유동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를 내놔도 몇 년 동안 세입자를 찾지 못한 점포들도 많다"고 말했다.

▲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 도심 내 중심 상가인 라페스타. [박정식 기자]

인천 송도신도시 커낼워크 상가는 임대료 분쟁을 겪고 있다. 커낼워크 점포들은 코로나19 사태 후유증을 벗어나고 있지만 과거 매출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커낼워크 1층 20여곳 점포엔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커낼워크 시행사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최근 임대료를 2배 정도 인상하면서 임차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은 보증금 5% 범위 안에서 인상하도록 규정한 임대차보호법도 적용 받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전전세 사업을 했던 이랜드리테일과 맺었던 전대차 계약이 올해 4월 끝나 NSIC와 새 임대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커낼워크 상가 점포는 1층 약 13~15평짜리가 보증금 2000만원 월임대료 150만원 안팎 수준이다. 새로 계약을 맺게 되면 임대료가 250만원 정도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상인들은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고 유동인구도 늘고 있지만 영업 매출이 아직 저조한 상황이어서 임대료 인상은 큰 부담이라고 토로한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 씀씀이가 작은 편이어서 한달 매출이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임대료를 인상하니 장사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임대료 인상 부담 때문에 다른 상권으로 이전할 계획을 고민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 임대 안내 현수막이 걸린 인천 송도 커낼워크 한 점포. [박정식 기자]

판교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중심 상권인 판교역세권 상가 경기는 착 가라앉았다. 유동인구가 밀집한 판교역세권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판교역 상가와 알파돔시티 라스트리트 상가는 증가하고 있는 공실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판교역은 판교역과 직결된 주상복합 단지다. 5년전 오피스텔 분양 청약경쟁률이 54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상가 분양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상가 전체가 공실 상태일 정도로 비어있다.

알파돔시티 라스트리트 상가도 판교역 옆에 있어 황금입지로 평가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 공실이 생기고 있지만 찾는 이가 없다. 과거엔 판교역과 현대백화점이 발생하는 유동인구를 앞세워 웃돈이 붙었다. 하지만 이젠 유동인구 발길이 닿지 않는 상가로 취급받고 있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판교역세권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현대백화점 탓을 많이 한다"며 "현대백화점이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주변 상권이 죽고 있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판교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판교가 배후수요가 많지만 상가가 과잉 공급된 원인이 크다"며 "유동인구가 대형 쇼핑몰에서 대부분 소비하기 때문에 주변 상권에 소비수요가 퍼지지 않는 점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상승, 대출 규제 등으로 자금 줄이 마르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운영 부담이 커진 탓이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박정식 기자 pj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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