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가전업체 변신하려다 임직원에 20억원어치 재고 떠넘겨
경영진의 갑질로 직원 사기 저하…기업 경쟁력도 떨어져 선풍기 판매 1위 업체에서 종합 가전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신일전자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자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재고품을 강매하다가 적발돼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일전자가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임직원들에게 19억6000만 원어치의 재고 상품을 강매한 데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00만 원을 부과했다. 강매 대상 품목은 판매 부진으로 재고 처리가 필요한 제습기와 연수기, 전동칫솔 등이었다.
일부 품목은 모든 임직원에게 개인별 판매 목표를 정해 판매를 강요하거나 직접 구입하도록 강매했다. 특히 판매 실적을 매주 전 직원에게 공지했고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페널티 부과를 예고해 임직원들의 판매를 압박했다. 일부 부서에서는 실제로 판매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도 했다.
판매 목표 채우지 못하면 월급, 성과급에서 공제하기도
2017년에는 직원 1인 당 9만 원 정도의 연수기를 1대씩 강제 할당하고 다음 달 급여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하기도 했다. 또 2020년에는 듀얼 자동칫솔 5대를 개인당 판매 목표로 정한 뒤 판매하지 못한 직원에 대해서는 성과급에서 판매 가격인 39만 원을 공제하기도 했다. 월급이나 성과급을 재고품으로 지급한 셈이다.
공정위는 사업자가 가격이나 품질 같은 공정한 수단을 이용해 제품 경쟁하지 않고 고용관계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임직원에게 제품을 구입하거나 판매하도록 강요한 것은 불공정한 경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신일전자,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재고를 직원에게 떠넘긴 셈
신일전자는 1959년부터 선풍기 한 품목에 집중해 온 기업이었다. 선풍기만큼은 수입 브랜드는 물론 삼성전자나 LG전자도 따라오지 못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제습기와 전동칫솔에서부터 청소기와 제빙기, 탈수기 등 품목을 확대하면서 종합 가전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매출을 보면 여전히 선풍기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품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필연적으로 신규 진출한 상품군에서 재고가 쌓이는 것을 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일전자는 이러한 재고를 가장 손쉬운 방법인 임직원 강매를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신규 품목은 경영진이 결정하고 그에 대한 실패는 직원이 지도록 떠넘긴 것이다.
'직원 강매'는 기업 경쟁력 떨어뜨리는 악질적 갑질
'강매'는 갑질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갑질에 속한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손쉽게 자신의 지갑을 채우거나 손해를 떠넘기기 때문이다. 보통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필수품목이 아닌 것을 강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의를 일으켰던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도 물량을 대리점에 밀어내는 강매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임직원에 대한 본사 물품 강매도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2020년에는 사조산업이 선물 세트를 직급별로 판매 목표를 정해 놓고 임직원에게 판매를 강요하다가 공정위로부터 1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또 일부 제약업체나 건강식품 업체들이 명절 선물 세트 판매를 직원들에게 떠넘겨 물의를 빚기도 했다.
임직원 강매는 보통 자사 판매라는 이름으로 마치 복리 후생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직원 입장에서는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회사를 그만 다녀야 할지 모른다는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당장에는 재고를 처리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수(惡手)임에 틀림없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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