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관련 불확실성 커져…향후 충분한 조정 거쳐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올 1분기 주요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냈다.
당초 IFRS17이 실적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칠 거란 예상과 정반대 결과가 나와 보험사들이 오히려 새 회계제도를 악용, 실적 부풀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고 손익도 현금흐름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하는 것이 골자다. 본래 지난 2021년 도입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실적 악화를 우려한 보험사들의 요청으로 2년 연기됐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5조23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특히 대형 보험사들의 이익 규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의 1분기 당기순익은 7948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3557억 원)에 비해 123.5% 급증했다. 그 외 △교보생명 4492억 원(+50.7%) △한화생명 3569억 원(-17.3%) △동양생명 1565억 원(+129.6%) △신한라이프 1406억 원(-1.5%)으로 집계됐다.
삼성화재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한 5801억 원이었다. 그 외 △DB손해보험 4060억 원(-16%) △메리츠화재 4047억 원(+24.5%) △현대해상 3336억 원(-3.5%) △KB손해보험 2643억 원(+29%)이었다.
보험업계의 올 1분기 실적을 두고 의구심이 크다. 보험사의 영업 여건은 달라진 게 없는데 회계기준이 변경됐다고 실적이 급증하는 것은 회계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다.
IFRS17 하에서 주요 지표가 된 보험계약마진(CSM)에 대한 산정 기준이 없다보니 보험사가 과대 산출해 이익을 부풀렸단 의혹도 제기됐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지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FRS17 도입 이후 회사 간 실적 비교가 어려워졌다"며 "IFRS17 이후의 실적 수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정을 거친 후에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IFRS17 기준 첫 실적발표 공시 후 회계제도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확대되는 분위기"라면서 "공표된 CSM을 믿어도 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라고 전했다.
IFRS17 신뢰성이 흔들리자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부 보험사가 자의적인 가정으로 CSM을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등 기초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 제시 가능성에 보험업계는 뒤숭숭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나름의 가정을 통해 CSM을 산출했다"며 "이는 IFRS17의 본연의 취지에도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검토 단계에서 아무말 없던 금융당국이 이제와서 CSM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IFRS17의 CSM에 대해 신뢰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사별로 CSM 산출 기준이 다르다보니 실적이 안 좋아도 CSM을 높게 잡으면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인다"면서 "일부 보험사가 실적 부풀리기에 CSM을 악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CSM 악용은 기업 실적에 오류를 갖고 오는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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