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리스크에도 증권사는 '셀트리온 매수' 권고…기업 눈치보기, 왜?

김경애 / 2023-05-09 14:15:33
5월 매도·중립의견 제시한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 '0건'
증권사 "기업이 고객…매도의견 내면 기업 미팅 어려워"
"대안은 독립리서치회사…독자 생존 어려운 게 문제"
셀트리온이 서정진 회장의 혼외자 논란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오너 리스크는 기업 가치에 치명적이다. 주가가 최고점 대비 반토막 난 상태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때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혼외자 문제에도 국내 증권사는 '셀트리온 매수(BUY)'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셀트리온만 그런 게 아니다. 국내 증권사들의 보고서는 대부분 '매수' 편중이다. '부적절한 관행'이라는 지적이 많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혼외자 리스크'가 불거진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셀트리온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나 중립(보유)으로 제시한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는 '0건'이다.

KB증권과 하나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등 매수 의견을 낸 증권사들은 셀트리온이 제품 믹스 개선으로 1분기 영업이익률을 30% 넘겼고 후속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신제품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매수 의견을 냈다.

교보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일회성 요인인 진단키트 재고 소진과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제 램시마SC 매출 확대로 견조한 실적이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매수 의견을 제시하며 '별 일 없습니다'라고까지 했다.


이들 보고서는 오너 리스크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1분기 영업이익률 호조가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라는 점도 알려주지 않는다. 마치 짜 맞춘 것처럼 장밋빛 주가 전망만 남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교보증권은 셀트리온 목표 주가를 최대 24만 원으로 제시했다. 셀트리온의 현재 주가가 17만 원 안팎인 점에 비쳐볼 때 무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되지만, 일각에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들이 셀트리온만 잘 봐주는 게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 46곳 중 29곳이 최근 1년간 매도 의견을 단 한 번도 내지 않았다. 7곳은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까운 '중립'도 내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기업이 고객이니 섣불리 매도 의견을 내기가 힘들다"고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도나 중립 의견을 내면 기업 미팅이 어려워진다"며 "20여 년 전 삼성전자에 부정적인 리포트를 발간한 연구원들이 탐방 거부를 당해 업계를 떠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기업 미팅을 못하면 해당 증권사 연구원은 일하기 어려워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의견 보고서 신뢰를 높이기 위한 취지로 독립리서치회사(IRP)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고질병인 매수 쏠림 문제가 해결될 거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IRP는 있어야 하는 제도지만 독자적으로는 생존이 어려운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정부의 초기 지원은 물론 정착 단계까지 5~10년가량 지속적인 제도·자본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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