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공사비 올려야" VS 조합 "인상 반대"…커지는 갈등

박정식 / 2023-05-03 17:21:27
공사비 검증제 도입 불구 시간 소요 강제성 없어 효력 의문
조합 중도 포기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시공사 요구 수용키도
올해 상반기에 분양 예정인 서울 강남구 소재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서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가 씨름하고 있다.

지난해 공사비를 늘렸지만 시공사가 올해도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부딪히고 있다. 증액분을 반영하면 공사비가 6년 전 도급계약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돼 조합원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공사들이 물가 급등, 금융비 상승, 재료비·노무비 증가 등을 이유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재건축 사업장이 증가하면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해 공사 중단 사태를 겪었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이상훈 선임기자]

수도권에선 △서울 서초 반포동 소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서울 강남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대치동구마을1지구재건축정비사업 조합) △서울 서초 잠원동 메이플자이(신반포4 지구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서울 성북 장위동 장위6구역(장위제6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서울 서초 방배동 방배신동아(방배신동아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 △경기 성남 산성동 산성구역(산성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경기 의왕 오전동 오전다구역(오전다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서울 양천 신월동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등이 최근 갈등을 빚고 있거나 합의 도출 분쟁을 겪었다.

공사비 증액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주 원인은 물가·금리 상승 여파로 공사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 물가를 추정할 수 있는 건설공사비지수가 지난해 1월 141.91에서 올해 1월 150.87로 급등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공사를 추진할 때 공사가 장기간 진행되므로 통상적으로 중도에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한다"며 "하지만 이번엔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등 여파로 시멘트·인건비 등이 크게 뛰어 공사비 인상폭이 예년보다 크자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 측에선 건설사들이 물가 상승을 핑계로 공사비를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려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조합이 한국부동산원에 접수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 13건이던 것이 2021년 22건, 2022년 32건으로 늘었다. 

공사비 갈등이 확산되자 서울시도 최근 공사비 검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도급계약 후에 공사비 적정성을 검토했는데 검증시기를 계약 전으로 확대하겠다고 방침을 세웠다. 조합이 의뢰하면 주택건설 이력을 갖고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공사비 검증 업무를 대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합 측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꼼꼼한 대책이 요구된다. 조합 입장에서는 이미 궤도에 오른 재건축 사업을 중도에 그만두기 어렵다. 공사비 검증이 검증기간을 거쳐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1년 안팎의 장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결국 대부분의 경우 조합이 '울며 겨자 먹기'로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변동에 영향을 주는 기준에 대해 조합과 시공사가 출발선에서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상 공사비 책정 때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를 기준으로 삼는데 도급계약 검토 때 어느 것이 타당한지 협의하는 것이다.

신호준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정책위원은 "최근 4년간 물가지표를 보면 건설공사비지수가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를 앞지를 정도로 크게 올랐다"며 "이 때문에 시공사는 급등한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설공사비지수는 그동안 흔히 관급공사때 적용됐는데 아파트 재건축 등 민간 사업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조합과 시공사가 소비자물가지수를 고려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박정식 기자 pj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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