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전세사기 야기한 전세대출…정부, 왜 못 건드리나

안재성 기자 / 2023-04-26 16:54:27
"전세대출, 전세사기 근원…보증비율 낮추고 DSR 적용해야"
'文정부' 못 건드린 전세대출…"'尹정부'도 손대지 못할 것"
전국 곳곳에서 전세 사기가 피해가 쏟아지고 있다. 총 피해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세 사기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전세자금대출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이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과도 연관이 깊다며 규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170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2년 말 8조6000억 원에서 10년 만에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약 2배)보다 훨씬 크다.  

2020년 7월 임대차3법 시행 후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전세대출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다. 2020년 1월 101조 원이었던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까지 70% 가량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약 20%)의 3배가 넘는다. 

전세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한 건 대출 받기는 쉬운데 규제는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에서 90~100% 보증을 제공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대출금의 최대 90%를, 주택도시보증기금(HUG)과 서울보증보험(SGI)은 최대 100% 보증한다.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은행에 전액 갚아준다는 뜻이다. 리스크가 없는 은행은 누구에게나 쉽게 돈을 빌려준다. 

전세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현재 총대출 1억 원 이상 차주 모두에게 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전세대출만 예외인 것이다. 

또 원금을 갚을 의무가 없다. 임차인은 임차 기간 동안 약간의 이자만 내면 된다. 전세 계약이 끝날 때 임대인이 본래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을 대신 은행에 줌으로써 전세대출 상환이 이뤄진다. 

얼핏 임차인과 은행 모두에게 매우 편리한 제도다. 임차인은 자본 없이도 전세보증금을 마련해 주거를 해결할 수 있고 은행은 리스크 없이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 전세사기 피해자가 인천 부평구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편리하다 보니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은 갭투자를 성행시켜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을 야기했다"며 "전세사기 역시 전세대출이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대출로 전셋값 거품이 생겼다"며 "특히 임대차3법 탓에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그 틈을 사기꾼들이 노렸다"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 보니 자연히 임대인이 더 비싼 가격을 불러도 수용된다. 이는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와의 갭이 줄어들면, 이를 이용한 갭투자가 용이해진다. 갭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집값 상승을 일으켰다. 

임대차3법 시행 후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빌라 등은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이 틈을 타 사실상 자기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만으로 수백 채 빌라를 매수한 '빌라왕', 전세 사기꾼들이 등장한 것이다.  

전세대출이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교수는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도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보고서에서 전세대출이 전세가 상승에 영향을 미쳐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해결책으로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일정 수준(70% 또는 80%) 이상인 경우 전세대출 제한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 유도 △전세대출에 DSR 적용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전세대출을 규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수많은 부동산규제를 쏟아낸 문재인 정부 때도 전세대출은 규제하지 않았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와 직결된 대출상품"이라며 DSR 적용은 어렵다는 의사를 표했다. 

김 소장은 "전세대출에 DSR이 적용되면 임차인의 전세금 마련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에 DSR 40% 규제가 적용될 경우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서민들이 매우 많다"며 "정부는 이 점을 염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민 주거 안정이 흔들리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특히 지지율 하락이라는 부담까지 각오해야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이미 시장에 뿌리내려 수많은 서민들과 신혼부부들이 이용하고 있다"며 "DSR 적용은 이를 통째로 뒤흔드는 격이라 정부가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임차인 대출 한도를 제한하기보다 전세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정부와 국회가 찾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김명주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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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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