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합병에 정신 팔린 대한항공, 안전은 뒷전인가

김기성 / 2023-04-22 13:49:52
잇따른 안전사고는 불길한 조짐
경영진은 아시아나 인수에 올인
경영권 분쟁 이후 조직문화 위태
최근 인터넷에 항공기가 충돌할 뻔한 상황으로 보이는 영상이 올라왔다. 지난 18일 밤 11시 김포공항을 포착한 항공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의 영상이었다. 내용은 에어부산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의 머리 위로 날아가면서 두 항공기가 겹쳐 보인 것이다. 실제로도 두 항공기가 충돌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대한항공 항공기는 활주로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정지선을 넘어섰고 같은 시각 정지선과 연결된 다른 활주로에서는 에어부산 여객기가 이륙허가를 받고 비행을 시작했다. 다행히 관제사가 대한항공 여객기의 정지선 침범 사실을 확인하고 제지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만약 대한항공 항공기가 앞으로 더 나아갔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대한항공 안전평가, 11개 항공사 가운데 '꼴찌'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값싼 저가 항공사를 택할지 아니면 비싸도 안전할 거리고 믿는 대한항공을 탈지 경험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객들의 이러한 일반적 믿음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가 국내 항공사 11곳의 안전수준을 평가한 결과 대한항공이 최하위, 꼴찌에 머물렀다. 대한항공의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전체 항공사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전년도 항공기 사고' 분야에서는 10점 만점에 4점에 그쳐, 낙제점을 받았다.

실제로 최근 들어 대한항공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베트남 호찌민으로 가던 여객기 엔진에서 불꽃이 튀어 이륙 한 시간 만에 회항했고 3개월 뒤인 7월에는 튀르키예를 출발한 여객기 엔진에 이상이 생겨 비상착륙했다. 또 지난 16일에는 베트남 다낭에서 인천으로 오려던 여객기의 날개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지난 9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인천으로 오려던 여객기의 수화물 출입문에 금이 간 것이 확인돼 출발이 지연됐다.

안전 부문 투자확대 약속했지만 돈으로 해결될 문제 아닌 듯

대한항공은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11월 대책을 발표했다. 안전 문제를 일으키는 노후 기종을 퇴역시키고 엔진 부문과 정비부문에 모두 2조 원에 이르는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대한항공의 문제가 돈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 경영진 마음이 아시아나 합병에 쏠리면서 안전은 뒷전인 것인가.대한항공에 안전 불감증을 의심케 하는 일들이 꼬리를 문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UPI뉴스 자료사진]

경영진의 마음은 온통 '아시아나 인수'에 쏠려


2019년 조양호 선대 회장의 사망 이후 불거진 경영권 다툼은 남매의 갈등에서 시작돼 강성부 펀드와 반도건설까지 가세하는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아시아나 인수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의 등장으로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그래서 그런지 대한항공의 현 경영진은 아시아나 인수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서는 국내를 포함해 14개 국가의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태국, 싱가포르, 중국 등 11개 나라는 결합을 승인했지만, 가장 중요한 미국과 일본, EU가 남아있다.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합병을 위한 법률 자문료로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지금 대한항공 경영진의 마음은 '콩밭'(아시아나 인수)에 쏠려있는 형국이다. 행여나 인수에만 집중한 나머지 안전 문제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탄 발견 대처 미숙, 도끼 난동 등 기강해이 조짐

대주주 남매간의 경영권 다툼은 필연적으로 대한항공 조직문화에도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다툼 이후 직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필리핀 마닐라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9mm 실탄 두 발이 발견돼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승무원은 권총 실탄 1발을 발견했으나 쓰레기로 착각해 방치했다가 추가로 1발이 더 발견된 뒤에야 기장에게 보고했다. 첫 번째 실탄 발견 당시 문제를 인지하고 매뉴얼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5일에는 대한항공 본사에서 직원이 '도끼 난동'을 부리는 소동이 일어났다. 한 직원이 도끼를 들고 다른 직원을 협박한 사건으로 처음에는 인사에 대한 불만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직장 내 갑질이 원인이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대한항공에서 이해가 안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대한항공의 조직문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계당국, 대한항공 관리감독 강화해야

수많은 대형 사고는 돌이켜 보면 항상 앞서서 조짐이 있었다. 그 조짐을 간과하면 인명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은 뼈아픈 교훈이다. 지금 대한항공의 문제도 단순한 일시적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어느 때보다 대한항공 관리·감독에 집중해야 한다. 항공사의 문제는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고 특히 국적 항공사의 사고는 곧 국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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