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송영길·손놓은 이재명…김종민 "李 체제후 윤리감각 퇴화"

허범구 기자 / 2023-04-18 10:07:47
宋 "22일 파리서 기자회견"…나흘뒤 입장표명 예고
"너무 느긋" 불만…이정미도 "책임의식 1도 없는분"
정성호 "宋은 몰랐을 것"…장경태 "당과 캠프 구분"
金 "옛날 같으면 당 난리·탈당…지도부 대응 안일"
더불어민주당이 '돈봉투 의혹'의 역대급 위기에도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만 쳐다봐야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7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송 전 대표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 송 전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선 송 전 대표가 하루빨리 귀국해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게 절실하다. 그래야 소위 '이정근 리스크'의 불길이 당 전체로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다는 게 당내 공감대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송영길 전 대표. [뉴시스]

민주당은 자체 진상조사단 구성이나 의혹 연루 의원 출당 등의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 총선을 위협할 대형 악재가 터졌는데도 이 대표와 당은 사실상 할 일이 없어 보인다. 

이 대표 핵심 측근과 지도부는 되레 송 전 대표를 감싸는 모양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18일 "옛날 같으면 당이 난리가 났다"며 이 대표 체제의 윤리감각 퇴화를 질타했다. 계파갈등이 불거지는 조짐이다.   

송 전 대표는 뉴스1, 한겨레 등 언론에 돈봉투 의혹, 귀국 등과 관련해 오는 22일 파리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나랑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당은 한시가 급한데 송 전 대표는 즉각 입장 발표를 한 게 아니라 예고했다. 그것도 나흘 뒤다. 그때나 돼야 귀국 여부를 알 수 있는 셈이다. 당내에선 "송 전 대표가 너무 느긋하고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나무랐다. 이 대표는 전날 YTN 라디오에서 "정치인으로서 정말 책임의식이 1도 없는 분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 문제로 일파만파가 되고 있는데 계속 외국에 있다는 건 정치적인 책임감이 없는 태도"라고 일갈했다. 

이재명 대표 최측근 그룹인 '7인회'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그러나 이날 CBS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는 의혹을 몰랐을 것"이라며 "제 경험상 전대에 대표가 관여하고 보고받고 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두둔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라고 생각하지만 대개 실무자들의 차비,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이라며 "또 주고받았다는 걸 알았다면 송 대표가 용인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민주당 전대 직전인 2021년 4월 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강래구(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씨에게 "송영길 당대표 후보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송 전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 차원에서 탈당해 조사받는 게 맞다고 보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도 "지금 단계에서는 그런 얘기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녹취를 내놔서 흘리는 건 검찰이지 않겠느냐"며 "검찰이 수사를 하면서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서 최고위원은 "(송 전 대표가) 조기에 와서 상황을 풀어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같은 라디오에서 "캠프 내에서 이뤄진 일이지 당 차원에서 이뤄진 일은 아니기 때문에 저도 그 캠프의 상황을 잘 모른다"며 "당과 캠프는 구분해야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 전 대표가 충분히 해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명계 기류는 친명계와 사뭇 다르다. 김종민 의원은 이 대표 체제의 대응을 문제삼으며 송 전 대표도 압박했다. 김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가 귀국 안 하고 버티는 건 당에도 엄청나게 큰 부담이 될 뿐더러 정치인으로서는 완전히 늪에 빠지는 것"이라며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

또 "지도부 대응이 조금 늦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당 차원에서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조치나 대응을 하는 자세를 갖춰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 이런 문제가 생기면 일단 당직에서 빼고 그다음에 탈당을 하거나 자진 탈당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며 'LH사태'를 소환했다. "예전에 송 대표가 LH공사 부동산 거래 의혹이 터졌을 때 의원들한테 자진 탈당을 권유, 우상호 의원도 상당히 불만을 표시한 적 있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선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윤리 기준. 도덕성이 정말 엉망이구나'라는 국민불신을 쌓아나가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당 지도부 대응이 조금 안일하다"고 쓴소리했다. '그렇게 못하는 이유가 이 대표 사법리스크 등에 따른 이중잣대 딜레마가 아니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옛날 같으면 이 정도 일이면 당이 난리가 났다"며 "긴급 최고위원을 소집해 바로 어떤 조치를 발표하고 이렇게 갔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 윤리 기준, 윤리 감각이 엄청 퇴화돼 있다"고 진단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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