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상임고문 해촉…洪·이준석·유승민 결속시키는 친윤

허범구 기자 / 2023-04-13 14:21:26
김기현 "과도한 설전, 도 넘어"…洪에 불쾌감 표출
洪 "엉뚱한데 화풀이…'욕설 목사' 고문 위촉하라"
李 "윤리위 몽둥이찜질 넘어서" 洪 엄호…천하람도
이용 "대통령 탓 그만, 우리도 위기 알아"…劉 저격
국민의힘이 집안싸움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광훈발 논란은 벌써 한달째 진행형이다. 정리는커녕 또 다른 분란을 부르는 조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3일 상임고문직에서 해촉됐는데, 후폭풍이 거세다. 

홍 시장 해촉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후 공지됐다. 상임고문 해촉은 최고위 의결 사항이 아닌 만큼 김기현 대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공개된 회의에서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대표. [UPI뉴스 자료사진]

홍 시장은 전광훈 목사 관련 김재원 최고위원의 잇단 설화 후 연일 김기현 지도부를 때려 주의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대위 체제에서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홍 시장은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하네요"라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되어 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냐"고 반문했다.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하시는 게 어떻냐"고도 했다.

그는 "이참에 욕설 목사(전광훈)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며 "강단 있게 당 대표를 하라고 했더니만 내가 제일 만만했는지 나한테만 강단 있게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내참, 어이없는 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본다"며 홍 시장을 편들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라고 썼다.

이번 일로 두 사람이 옛날처럼 '한배'를 타며 친윤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친윤계 핵심 이용 의원이 이날 유승민 전 의원을 공격했다. 당 주류 세력이 비윤계 결속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에 이어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냈다"며 김 대표를 탓했다.

천 위원장은 "(김 대표는)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과만 연대하겠다는 것이냐,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이 아니라 연대포기탕이냐"고 따졌다. 그는 "이러니까 자꾸 한동훈 차출설 심지어 비대위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신 것이 관례였다"며 "그에 맞춰 정상화를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정상화 차원"이라면서도 "대구시장으로서 시정에 집중하라는 좋은 취지가 들어있다고 보면 되겠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김기현호가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중앙정치'가 필요한 홍 시장에게 무대를 깔아줬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중도층 잡기를 명분으로 전 목사 손절, 김 최고위원 징계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등 비윤계는 홍 시장과 연대하며 김기현호를 압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내분이 깊어지는 시나리오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유 전 의원을 저격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며 "총선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잠잠하던 유승민 전 의원이 또 등판했다"고 적었다.

이어 "(유 전 의원이) 2016년 20대 총선 상황을 말했는데 정부 발목을 잡는 야당은 여전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지금은 대통령실을 '얼라들' 취급하며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트집 잡는 원내대표는 없다"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이 201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 간담회 자료를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보니 전부 다 모른다고 한다. 누가 하냐, 청와대 '얼라(어린이)들'이 하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야당에 발목 잡힌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로 당장 총선을 치르면 참패한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없다"며 유 전 의원 주장을 반박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당 지지율 하락을 거론하며 "당을 그렇게 만든 건 윤 대통령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유 전 의원이 공개적으로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탓하며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중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도 30%대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형국이다. 내년 총선 불안감이 번질 수 밖에 없는 게 여권 상황이다. 집안싸움이 격화하면 엎친데 덮친 격이다. 반등 기회가 마련되지 못하면 민심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 총체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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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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