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지난 1년 연준 따라간 이창용의 통화정책, 이제 독자성 강화할 때

UPI뉴스 / 2023-04-11 14:07:29
이창용 총재, 세계적 금리 인상기에 주요국 통화정책 보조 맞춰
팬데믹 이후 정책 흐름 주도한 연준에 대한 평가 말하기는 일러
한은, 총체적 정책 여건 판단 강화와 연준으로부터의 독립 '과제'
중앙은행 총재의 경제철학 펼치며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하고 1년이 지났다. 오늘 다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이 있었다. 정책금리를 연3.5%로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결정이었다. 최선의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하지만 통화정책 평가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내려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책 결정자는 늘 고뇌하고 성찰할 수밖에 없다. 경제안정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중앙은행가(central banker)의 숙명일 것이다.

이 총재의 지난 1년은 세계적 금리인상기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에 주요국 통화정책이 보조를 함께 한 시기였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맞서는 정책 대응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부각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전통적 중앙은행 역할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낮은 물가상승이 이어졌던 20여년 대안정기(great moderation)에는 아예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미 연준은 물가안정과 최대고용을 통화정책의 양대 목표로 하는 이원적 책무(dual mandate)를 미 의회로부터 부여받고 있다.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정밀한 균형이 필요한 책무를 지닌 것이다. 이러한 미 연준이기에 아주 급격하게 긴축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은 낯설었다. 과거 예술에 가까운 품격 있는 정책 운영 패러다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렇지만 연준은 팬데믹 이후 세계 통화정책의 흐름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통화정책의 성격상 평가는 상당한 시일이 흐른 후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할 때는 오히려 고민을 덜 해도 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 1년이 연준의 통화정책 흐름과 보조를 맞추는 시기였다고 한다면 향후는 어떠한 시기가 될 것인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패러다임은 1990년대 말 한국은행법 개정과 함께 새로이 도입했던 물가안정목표제에 기본 토대를 두고 있다. 필자는 당시 이 제도 정착 실무자로 참여했다. 미 연준이 부여받은 이원적 책무와는 달리 한국은행의 법적 책무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한국은행 통화정책이 물가목표만을 경직적으로 추구하는 모델인 것은 아니다.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와 함께 이른바 총체적 접근방식(look-at-everything approach)을 지향해 왔다. 물가안정을 중시하면서도 성장과 금융안정 등 제반 경제상황을 균형 있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지속가능한 국민경제 발전을 도모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총체적 정책 여건 판단을 더욱 강화해 나감과 더불어 점차 연준으로부터의 독립을 모색해 나가는 독자성 제고 노력이 향후 통화정책 결정자의 중요 과제일 것이다. 연준으로부터 독립하기 어려웠던 지난 1년과는 달라질 수 있는 여건을 주시하며 한국은행의 정통적 통화정책 운영 패러다임을 견지해 나가는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고 하겠다. 팬데믹 이후 통화정책이 우리 국민의 삶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이를 총체적으로 살피는 균형 있는 통찰력을 중앙은행 총재에게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적 성과는 통화정책과 경제정책뿐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인식과 행동양식에 크게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책의 유효성 또한 경제주체들의 인식과 행동양식의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 국민에 대한 책임성(accountability)이라는 관점에서 중앙은행 총재의 올바른 경제철학을 경제주체들에게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며 훌륭한 덕목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학계와 국제기구, 정부와 중앙은행을 모두 섭렵한 경제학자이자 중앙은행 총재는 각국을 둘러 봐도 흔치 않다. 이러한 중앙은행 총재의 식견과 경륜은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그래서 이창용 총재가 앞으로 중앙은행가로서의 경제철학을 본격적으로 펼치며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길 기대한다. 

통화정책 결정 직후의 정례 기자간담회뿐만 아니라 평소의 대외강연, 기고 등도 국민에게 다가가는 효과적인 접근방법이 될 수 있다. 중앙은행 총재의 그러한 노력은 경제주체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그 인식의 변화는 다시 행동양식의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적 성과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취임 1년을 맞는 이창용 총재가 다시 1년 후에 통화정책의 성공은 물론이고 보다 넓은 차원에서 경제적 성과를 제고하는 데 큰 성취를 이루는 중앙은행 총재로 국내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UPI뉴스

UPI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