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선우 2000만원…與 김성원 1000만원·조수진 500만원
'이스타항공 인수·골프사업 포석·지역 연고' 등 분석 나와
해당 의원들 "쌍방울과 관련 없고 관계자 일면식도 없다" 쌍방울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일부 국회의원에게 개인한도액 기준 최고치(500만원)로 후원금을 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UPI뉴스가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21대 국회의원의 3년치(2020~2022년) 후원금 모금 중 300만원 초과 내역을 살펴본 결과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서울 강서갑), 국민의힘 김성원(경기 연천·동두천)·조수진(비례) 의원 등이 쌍방울 직원들의 후원을 받았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는 최대금액은 500만 원이다. 기업 명의 후원은 불가능하다. 일부 기업은 개인 명의로 500만 원씩 쪼개 정치자금을 건네는 편법을 쓰고 있다. 쌍방울 전·현직 임원들도 같은 수법을 동원했다.
쌍방울그룹 오너인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28일 강 의원에게 500만 원을 냈다. 후원 당시 주소지란에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쌍방울그룹 사옥, 직업란에는 '회사원'이라고 적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쌍방울그룹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방 모 씨도 같은 금액을 후원했다. 김 전 회장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방 씨는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관련한 재판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됐다. 방 씨는 김 전 회장과 정치권 인사인 이 전 부지사를 연결시켜준 인물로 지목된다.
방 씨는 지난해 4월21일에도 강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2021년에 자택 주소를 적은 것과 달리 작년엔 김 전 회장 경우와 마찬가지로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를 주소지로 기재했다. 같은 날 쌍방울그룹 계열사 대표 한 모 씨도 강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쌍방울그룹이 강 의원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건넨 금액은 총 2000만 원이다.
김 의원에게는 2021년 디모아 전 이사 배 모 씨와 쌍방울 재경담당 임원 심 모 씨가 후원했다. 후원금 지급 날짜는 6월9일과 10일로 하루 차이다.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박 모 씨는 지난해 4월13일 조 의원에게 후원금 500만 원을 건넸다. 박 씨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인물로 김 전 회장 심복으로 불린다. 체포 당시 김 전 회장 휴대전화 등 물품을 소지하고 있었다.
박 씨는 김 전 회장 개인 회사 '착한이인베스트'에서 대표이사도 맡았다. 김 전 회장이 쌍방울을 인수할 때 동원된 페이퍼컴퍼니 '레드티그리스'에서 40%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쌍방울그룹 내부에선 박 씨가 본인 단독결정으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 사실상 김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라는 판단이다. 후원금 서류에 기재된 박 씨의 주소지는 김 전 회장과 같은 '서울 성동구 ○○○로'다.
박 씨는 지난해 5월19일 김 전 회장과 함께 6·1지방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현 부산시장)에게 500만 원의 후원금을 낸 바 있다.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경위를 묻는 기자 질문에 당황해하는 눈치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은 물론 쌍방울그룹과 아무 관련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후원금이 들어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강 의원은 개인적으로 쌍방울그룹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후원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의원 전언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오가면서 한 번 정도 만났던 기업가 중 한 명"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도 "김 의원과 쌍방울은 전혀 관련 없다"며 "지역에서 쌍방울 관계기관이 행사를 열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조수진 의원과 의원실은 기자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 연락을 취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쌍방울이 21대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데는 패턴이 있다. 후원금을 건낸 전후로 해당 의원 지역 사회복지 기관에 물품을 기증하는 등 환심성 행사가 열린다.
쌍방울은 2021년 12월 강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강서희망나눔복지재단에서 '사랑의 의류지원 전달식'을 가졌다. 김 의원 지역구인 연천에서는 2020년 12월 (사)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나서 '사랑의 나눔행사'를 했다.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 SBW생명과학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당시 아태협은 쌍방울 후원을 받아 연천군에 성인 겨울내의 200벌을 전달했다.
쌍방울 안팎에선 강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것을 이스타항공과 연결지어 본다. 쌍방울은 2021년 5월31일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6월14일 단독입찰자로 선정됐지만, 앞서 한 달 전 이미 수의계약자로 뽑힌 (주)성정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당시 이스타항공 매각에는 수의계약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스토킹호스' 방식이 적용됐다.
김 전 회장 등 회사 관계자들이 강 전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시점은 (주)성정이 최종인수자로 선정된 이후다. 이 때문에 후원금 납부를 단순히 이스타항공 입찰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보다는 '성정 재매각 이후'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전직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성정 형남순 회장과 김 전 회장은 고향(전북 남원)이 같아 인수 후 한두 차례 만난 것으로 안다"며 "회사 내부에선 '성정이 항공운항증명(AOC)를 다시 따내면 재매각에 나설 것이며 이때 쌍방울이 인수자로 나설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초 이스타항공 주인은 성정에서 국내토종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 바뀌었다. 이스타항공 사옥이 위치한 곳은 서울 마곡동인데, 행정구역상으로는 발산1동으로 분류된다. 강 의원의 지역구다.
김 의원은 경기 북부 유일한 여당 재선인 점이 고려돼 후원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 지역구인 연천·동두천은 김 전 회장이 포천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골프장(가칭 고구려CC)과 인접해 있다.
김 의원은 2021, 2022년 경기도당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 의원 지역구의 기부행사 주체로 아태협이 나선 걸 볼 때 추후 확대 전개될 남북교류까지 겨냥했다는 관측도 있다. 연천은 경기 북부의 대표적인 대북 접경지다.
조 의원은 김 전 회장과 같은 전북 출신이라는 점이 후원에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김 전 회장은 익산, 전주, 서울로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갔다. 조 의원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전주에서 다녔다.
쌍방울그룹은 "개인 차원의 후원 활동으로 회사 측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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