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전·현직 임원들이 여야 의원에게 후원한 까닭은?

탐사보도부 / 2023-03-09 13:08:58
중앙선관위 집계 21대 의원 300만원 초과 후원금 분석
野 강선우 2000만원…與 김성원 1000만원·조수진 500만원
'이스타항공 인수·골프사업 포석·지역 연고' 등 분석 나와
해당 의원들 "쌍방울과 관련 없고 관계자 일면식도 없다"
쌍방울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일부 국회의원에게 개인한도액 기준 최고치(500만원)로 후원금을 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UPI뉴스가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21대 국회의원의 3년치(2020~2022년) 후원금 모금 중 300만원 초과 내역을 살펴본 결과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서울 강서갑), 국민의힘 김성원(경기 연천·동두천)·조수진(비례) 의원 등이 쌍방울 직원들의 후원을 받았다.

▲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성원·조수진 의원 [UPI뉴스 자료사진]

현행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는 최대금액은 500만 원이다. 기업 명의 후원은 불가능하다. 일부 기업은 개인 명의로 500만 원씩 쪼개 정치자금을 건네는 편법을 쓰고 있다. 쌍방울 전·현직 임원들도 같은 수법을 동원했다. 

쌍방울그룹 오너인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28일 강 의원에게 500만 원을 냈다. 후원 당시 주소지란에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쌍방울그룹 사옥, 직업란에는 '회사원'이라고 적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쌍방울그룹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방 모 씨도 같은 금액을 후원했다. 김 전 회장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방 씨는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관련한 재판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됐다. 방 씨는 김 전 회장과 정치권 인사인 이 전 부지사를 연결시켜준 인물로 지목된다.

방 씨는 지난해 4월21일에도 강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2021년에 자택 주소를 적은 것과 달리 작년엔 김 전 회장 경우와 마찬가지로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를 주소지로 기재했다. 같은 날 쌍방울그룹 계열사 대표 한 모 씨도 강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쌍방울그룹이 강 의원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건넨 금액은 총 2000만 원이다.

김 의원에게는 2021년 디모아 전 이사 배 모 씨와 쌍방울 재경담당 임원 심 모 씨가 후원했다. 후원금 지급 날짜는 6월9일과 10일로 하루 차이다.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박 모 씨는 지난해 4월13일 조 의원에게 후원금 500만 원을 건넸다. 박 씨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인물로 김 전 회장 심복으로 불린다. 체포 당시 김 전 회장 휴대전화 등 물품을 소지하고 있었다.

박 씨는 김 전 회장 개인 회사 '착한이인베스트'에서 대표이사도 맡았다. 김 전 회장이 쌍방울을 인수할 때 동원된 페이퍼컴퍼니 '레드티그리스'에서 40%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쌍방울그룹 내부에선 박 씨가 본인 단독결정으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 사실상 김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라는 판단이다. 후원금 서류에 기재된 박 씨의 주소지는 김 전 회장과 같은 '서울 성동구 ○○○로'다.

박 씨는 지난해 5월19일 김 전 회장과 함께 6·1지방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현 부산시장)에게 500만 원의 후원금을 낸 바 있다.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경위를 묻는 기자 질문에 당황해하는 눈치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은 물론 쌍방울그룹과 아무 관련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후원금이 들어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강 의원은 개인적으로 쌍방울그룹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후원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의원 전언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오가면서 한 번 정도 만났던 기업가 중 한 명"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도 "김 의원과 쌍방울은 전혀 관련 없다"며 "지역에서 쌍방울 관계기관이 행사를 열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조수진 의원과 의원실은 기자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 연락을 취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월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쌍방울이 21대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데는 패턴이 있다. 후원금을 건낸 전후로 해당 의원 지역 사회복지 기관에 물품을 기증하는 등 환심성 행사가 열린다.

쌍방울은 2021년 12월 강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강서희망나눔복지재단에서 '사랑의 의류지원 전달식'을 가졌다. 김 의원 지역구인 연천에서는 2020년 12월 (사)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나서 '사랑의 나눔행사'를 했다.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 SBW생명과학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당시 아태협은 쌍방울 후원을 받아 연천군에 성인 겨울내의 200벌을 전달했다.

쌍방울 안팎에선 강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것을 이스타항공과 연결지어 본다. 쌍방울은 2021년 5월31일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6월14일 단독입찰자로 선정됐지만, 앞서 한 달 전 이미 수의계약자로 뽑힌 (주)성정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당시 이스타항공 매각에는 수의계약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스토킹호스' 방식이 적용됐다.

김 전 회장 등 회사 관계자들이 강 전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시점은 (주)성정이 최종인수자로 선정된 이후다. 이 때문에 후원금 납부를 단순히 이스타항공 입찰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보다는 '성정 재매각 이후'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전직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성정 형남순 회장과 김 전 회장은 고향(전북 남원)이 같아 인수 후 한두 차례 만난 것으로 안다"며 "회사 내부에선 '성정이 항공운항증명(AOC)를 다시 따내면 재매각에 나설 것이며 이때 쌍방울이 인수자로 나설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초 이스타항공 주인은 성정에서 국내토종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 바뀌었다. 이스타항공 사옥이 위치한 곳은 서울 마곡동인데, 행정구역상으로는 발산1동으로 분류된다. 강 의원의 지역구다.

김 의원은 경기 북부 유일한 여당 재선인 점이 고려돼 후원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 지역구인 연천·동두천은 김 전 회장이 포천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골프장(가칭 고구려CC)과 인접해 있다.

김 의원은 2021, 2022년 경기도당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 의원 지역구의 기부행사 주체로 아태협이 나선 걸 볼 때 추후 확대 전개될 남북교류까지 겨냥했다는 관측도 있다. 연천은 경기 북부의 대표적인 대북 접경지다.

조 의원은 김 전 회장과 같은 전북 출신이라는 점이 후원에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김 전 회장은 익산, 전주, 서울로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갔다. 조 의원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전주에서 다녔다.

쌍방울그룹은 "개인 차원의 후원 활동으로 회사 측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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