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거래로 1년에 2조 가까운 이자수익
금융당국, 합리적 이자율 산정토록 개입해야 이번에는 증권사 '돈장사'가 도마에 올랐다. 내용은 이렇다. 투자자가 주식이나 채권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에 돈을 맡긴다. 이 돈을 고객 예탁금이라고 한다. 증권사는 고객 예탁금을 전액 한국증권금융에 신탁 또는 예치한다. 그러면 한국증권금융은 이 돈을 굴려 수익이 나면 증권사에 수익을 나눠주는 구조로 돼 있다.
고객 돈으로 아무런 위험 없이 1조8000억 '꿀꺽'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한국증권금융은 고객 예탁금을 운용해 2019년 이후 작년까지 4년 동안 최고 1.94%에서 최저 0.8%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번 돈을 증권사에 나눠준 규모는 총 2조46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증권사가 돈을 맡긴 고객에게 준 이자(고객 예탁금 이용료율)는 대체로 0.2%에 불과했다. 4년 통틀어 5965억 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차액인 1조8700억 원이 넘는 돈을 앉아서 벌어들인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서 본다면 고객이 맡긴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하거나 예탁하는 것만으로 아무런 위험 부담 없이 또박또박 안정적인 수익을 챙긴 것이다. 당연히 돈을 맡긴 고객에게 주는 이자,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신용융자 이자수익도 작년 3분기 동안 1조2000여억 원
그런데 증권사의 이자 장사는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 중에 빚을 내서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융자거래가 있다. 예를 들어 자기 돈 400원을 가진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600원을 빌려 1000원어치 주식을 사는 것이다. 이때 증권사는 600원을 빌려주고 10% 전후의 비싼 이자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만약 주가가 떨어져 1000원어치 주식이 600원에 근접하면 여지없이 하한가로 매도주문을 실행하기 때문에 빌려준 돈을 떼일 염려는 거의 없다.
고객에게 빌려주는 돈은 자기 자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자기융자)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빌려오기도 한다.(유통융자) 그러니까 한국증권금융에 예탁해 둔 돈을 낮은 금리로 빌려와 다시 '돈장사'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신용융자거래를 통해 증권사가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지난해 1분기에서 3분기까지 1조2467억 원에 달한다. 이것도 작년에 증시 상황이 안 좋아서 신용융자거래가 줄어들어 1년 전보다 7.2%가 줄어든 것이다.
신용융자 이자율 내리기 시작했지만…얼마나 내릴까?
역시 증권사는 눈치가 빠르다. 은행을 시작으로 보험 카드사에 이르기까지 이자 장사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추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춘 데 이어 이번 주 들어서는 KB증권이 다음 달부터 인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하 폭은 0.3~0.4%P에 불과해 이자율은 여전히 연 9%대에 달한다. 신용융자를 이용하는 고객이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는 한참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 아직도 10%대의 높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고집하는 증권사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 방식을 살펴보겠다고 나섰다.
신용융자 이자율 내리는 것만이 정답 아니라는 딜레마
이처럼 금융당국이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마냥 이자율을 내리라고 종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용융자라는 것 자체가 빚을 내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자율이 떨어져 많은 투자자가 신용융자에 뛰어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도 하루에도 10% 이상 오르내리는 시장에서 연리 1%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자율 인하의 정당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쨌든 투자자들이 푼 돈으로 여기는 이자를 모아서 태산 같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적정 수준의 이자율 인하는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 증권사가 저리로 돈을 빌려 신용융자거래를 통해 이자수익을 남기는 것은 과하지만 않다면 탓할 수 없는 장사의 영역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고객 예탁금에 대해 지나치게 낮은 이자를 주는 것,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은 금융당국이 이번에 손을 봐야 한다. 그게 바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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