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분산기업, 사외이사의 CEO 견제·감시 기능 상실
기관투자가,사외이사 선출과 평가 적극 나서야 KT의 차기 CEO 선정이 잡음 끝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3번째 선임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KT는 물론 상장기업을 통틀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구현모 현 대표는 지난해 11월 연임 의사를 밝혀 '연임 적격'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구 대표는 복수후보와 경선하겠다며 경선을 자처해 두 번째 선임 절차가 진행됐다. 결과는 역시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확정됐다.
그러나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오자 결국 세 번째 선임 절차를 밟기로 한 것이다.
KT, 공정 투명하게 공개경쟁 방식으로 후보 선정
KT 이사회는 세 번째로 진행되는 대표 선임은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KT의 홈페이지를 보면 오는 20일까지 후보를 지원받는다면서 응모자격과 선임방법, 제출서류 등을 안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헤드헌터 등의 추천을 받아 후보자를 물색해 왔다면 이번에는 누구나 대표이사 후보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달라진 것이다.
또 경영과 투자, 법률 등의 분야에서 외부 전문가들로 인선 자문단을 구성해 응모한 사람들 가운데 후보자를 압축하는 과정도 새로 만들었다. 1차 후보자 선별에서 공정성을 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사외이사들이 CEO 선정에 결정적 역할
그러나 그 이후의 과정은 달라진 것이 없다. 인선 자문단이 1차로 압축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지배구조위원회가 면접심사를 통해 대표이사 후보자들을 다시 한 번 추린다. 이렇게 선정된 다수의 후보자에 대해 후보 심사위원회는 주요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복수의 후보자를 결정해 이사회에 올리게 된다. 그러면 이사회는 최종적으로 대표이사 후보를 확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하게 된다.
한마디로 공개경쟁을 통해 대표를 뽑겠다는 세 번째 대표 후보자 선정 과정도 앞선 두 차례와 마찬가지로 KT의 지배구조위원회와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가 결정적, 최종 역할을 하는 데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 두 위원회는 KT이사회에 속한 조직으로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두 차례나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로 추천했던 이사회가 생각을 바꾸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기승전구현모라는 빈정거림도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해서든 차기 CEO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하겠다는 KT이사회의 진정성을 폄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의심을 받는 것은 비단 KT만의 문제가 아니라 포스코와 금융지주 등 소위 주인 없는 기업, 소유분산기업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바로 사외이사제도의 맹점 때문이다.
소유분산 기업, CEO와 사외이사의 '그들만의 리그'
소유분산기업의 사외이사 제도는 선임 방식에서부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 경영진이 이사회 사무국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개입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렇게 선정된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CEO 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또 다른 사외이사를 천거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진다. 태생적으로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감시하기 어렵게 돼 있고 일단 사외이사가 선정되면 CEO와 더불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한 번 대표나 회장으로 선정되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손잡고 짬짜미를 통해 감시와 견제 없이 연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소유분산 기업의 대표나 회장이 마치 재벌기업의 회장처럼 행세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에서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전횡이나 독단을 막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사회에서 거의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외이사 평가 정례화하고 이사회 회의록 공개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유분산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선 사외이사 선정 과정에서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추천했는지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또 이사회 회의록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해서 소액주주도 사외이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소유분산기업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사외이사 선출과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의 결정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절차로 선정된 사외이사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경영진에 대해 견제와 감독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그들이 뽑는 CEO에 대해서도 의심이나 비아냥거림이 사라질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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