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하는 與 당권경쟁…레임덕·찌질·간첩 등 험구 난무

허범구 기자 / 2023-02-07 10:43:09
신평 "안철수 당선되면 尹 국정운영 약화될 수밖에"
하태경, '尹창당설'에 "졌다고 탈당하면 찌질한 것"
대통령실 "尹 당비 3600만원"…이준석 "당무개입"
나경원 내쳤던 친윤계, 지원 읍소…"두 얼굴" 조롱
김기현, 安 향해 색깔론…尹 경고 받은 安 책임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다. 당대표 후보와 캠프측이 비방·험구에 열올리는 모습이다.

대통령실도 가세해 과열·혼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당에선 "자해경쟁" "분당대회"라는 자조가 들린다.

▲ 국민의힘 안철수(왼쪽),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나란히 앉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번 전대는 내년 총선을 위해 중요하다. 당 개혁을 주도할 새 지도부를 뽑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전이 되레 악재가 되고 있다. 친윤·비윤 계파 갈등이 깊어져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최대 관건으로 작용한 탓이다. '전대 개입' 논란은 윤 대통령의 '공정 이미지'와는 상극이다.

김기현 후보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는 '안철수 후보 당선 시 윤 대통령의 탈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을 주장해 분란을 일으켰다. 대선주자인 안 후보가 당권을 쥐면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직면해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신 변호사가 윤 대통령 '멘토'로 꼽히던 인물인 만큼 후폭풍이 거세다.

신 변호사는 당내 비판에도 개의치 않고 '안철수 불가론'을 이어갔다. 그는 7일 MBC라디오에서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그를 중심으로 많은 분이 모이게 된다"며 "안 의원이 총선을 주도하고 그 세력은 대단히 강성해지는 반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장악 능력은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일관되게 윤 대통령을 매도하고 폄하하는 일부 당내 세력이 있다"며 "이 세력에 대한 우리가 경계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1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평 변호사 출판기념회에서 신 변호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비윤계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신 변호사의 '윤 대통령 탈당 후 신당 창당설'에 대해 "졌다고 나가면 찌질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졌다고 탈당해 나가서 정당을 만들면 그게 루저 정당"이라는 것이다. 비록 가정을 전제했으나 '찌질'은 윤 대통령 입장에선 큰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 김한길 위원장이 진화에 나섰다. 언론에 입장문을 배포해 "정계 개편과 관련한 어떤 만남도 가진 적이 없고 어떤 구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시비에 자꾸 기름을 끼얹었다. 한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1년에 3600만원의 당비를 내고 있다. 국회의원보다 10배 더 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당에 의견을 낼 수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비윤계는 이를 고리로 윤 대통령을 걸고 넘어졌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을 때리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SBS라디오에서 "당무개입 언급을 주저했는데 대통령실에서 '당비 300만원 냈는데 얘기 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랬다"며 "전당대회에 원래 끼면 안 되는 분, 대통령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당무개입'을 했다는 얘기다. 

친이계 천하람 후보도 "(특별당비를 내는) 그 정도의 영향력만 행사하시겠다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윤핵관을 '간신'으로 비하했다. KBS 라디오에서 "충성 경쟁을 반복해 대통령을 점점 작게 만드는 사람들은 충신이 아니고 간신"이라고 비판했다. "당 초선 의원들 연판장 돌리고 대통령을 독점하려는 간신배적 행태가 실제로 있다"고도 했다.

윤핵관을 비롯한 친윤계가 멸시의 대상이 된 것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나경원 전 의원을 대하는 친윤계 태도가 돌변한 건 비근한 예다. 친윤계는 '제2의 유승민'으로 낙인찍어 나 전 의원 출마를 꺾은 바 있다. 그러다 나 전 의원 도움이 절실하니 "함께 손잡고 가자"(장제원 의원)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친윤계 초선들은 나 전 의원을 직접 찾아가 비판 연판장을 돌린데 사과하며 지원을 호소했다. 당 안팎에선 "나 전 의원에 대한 2차, 3차 가해" "두 얼굴의 친윤계"라는 조롱이 나온다. 

보수 여당 전대에서 '색깔론'까지 등장한 건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김기현 후보는 연일 안 후보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안 후보의 '친 언론노조' 행보는 물론 "지금도 간첩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따졌다. 안 후보의 '신영복 존경' 발언을 겨냥한 공세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과거 발언이나 행동이 우리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문제 제기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정책 검증'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대가 궤도를 이탈한데는 안 후보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앞세운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는 대통령 공개 경고의 빌미를 제공했다. 안 후보는 "윤안연대·윤핵관 표현은 안쓰겠다"고 몸을 낮췄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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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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