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불량김치 만든 김치명장…손봐야할 대한민국 명장

김기성 / 2023-02-02 14:40:40
김치 1호 명장 재판 회부…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
소비자 직접 대면 업종, 명장 선정에 더 신중해야
공정성 확보해 현장 기술인력의 숙련 경로 제시
썩은 배추와 무를 사용해 김치를 만든 혐의로 대한민국 김치 명장 1호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사건은 1년 전 언론 보도로 문제가 제기됐다. 그 이후 검찰의 수사 결과 한성식품의 자회사 효원이 2019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불량 배추와 무를 사용해 김치 약 31만6000kg을 제조한 것으로 드러나 최근 기소된 것이다. 

김순자 대표는 중국이 김치 종주국 논란을 일으켰던 202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치 종주국 지위를 잃으면 역사를 통째로 뺏기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종주국임을 선언해 제값 받는 한국 김치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사람이 뒤로는 썩은 재료를 사용해 김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물론 한 기업이나 개인이 사익을 위해 도덕적으로 일탈한 것으로 선을 그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김순자 대표가 2007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내 첫 김치 명인에 선정됐고 2012년에는 대한민국 식품 명장에 선정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명장에 대한 신뢰도의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고 명장 제도의 문제점도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 한성김치 홍보 이미지. '대한민국 김치 명장'이 만든 김치라고 홍보하고 있다. [한성식품 홈페이지 캡처]

대한민국 명장, 최고의 숙련 기술자에게 주어지는 명예로운 호칭

대한민국 명장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부여되는 명예로운 칭호다. 숙련기술 장려법에 따라 선정된다. 산업 현장에서 최고의 숙련 기술을 보유하고 15년 이상 해당 분야에 종사한 사람 가운데 숙련 기술발전과 지위 향상을 위해 크게 기여한 기술인에게 주어진다. 

선정 과정을 보면 기능경기대회 입상이나 국가기술 자격 취득과 같은 기술 보유 정도와 업무 실적 대외 활동 등에 대해 서류심사를 거친다. 서류심사에 통과하면 현장실사를 거쳐 면접을 통해 대한민국 명장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하게 돼 있다. 1986년부터 시작된 명장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654명의 대한민국 명장이 선정됐다.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되면 대통령 명의의 증서와 휘장, 그리고 명장패가 수여된다. 또 일시장려금 2000만 원을 받고 매년 계속 종사 장려금도 지급된다. 명예뿐 아니라 경제적인 혜택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심사기준, 심사위원의 공정성을 두고 과거에도 논란

이렇게 명예로운 명장 제도이지만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2016년에는 현장 경력 미비로 여러 번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이 자동차 명장에 선정돼 문제가 됐다. 조사 결과 2016년 이전에는 교육 훈련 직무는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규제개혁 차원에서 2016년부터는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것으로 규정이 변경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규정이 바뀐 사실을 사전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또 2021년에는 미용 분야 명장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과의 친분이나 파벌에 따라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는 민원이 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명장이라는 명칭이 여러 민간단체에서 도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제빵 분야의 경우 지금까지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사람은 14명에 불과하지만, 민간단체가 발급한 명장 호칭으로 빵집을 홍보한 것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 명장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률에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소비자 직접 대면 업종 명장 선정 신중해야

현장 기술의 숙련도는 산업 경쟁력의 승패를 좌우한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으로 현장 기술이 고도화, 정밀화하면서 숙련된 기술인력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장 숙련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대한민국 명장 제도는 유지 발전돼야 한다. 다만 30여 년 운영돼 온 결과 드러난 문제점과 미비점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먼저 이번 한성식품 사태에서 보듯이 명장의 호칭을 부여받은 사람이 직접 소비자와 대면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명장 선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명장 타이틀이 자신 또는 자신의 기업 매출과 직접 연관되면 부작용이나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숙련 기술인력의 단계적 발전 경로 제시해야

대한민국 명장 제도와는 별개로 7년 이상 해당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우수숙련기술자 제도가 있다. 이러한 우수숙련기술자와 명장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우수숙련기술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이 15년의 경력을 채운 경우에 한해, 명장으로 선정될 기회를 준다면 현장 기술인들에게 발전단계를 제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된 사람이 대한민국 명장 선정된다면 명장 선정에 대한 객관적 공정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한민국 명장 제도는 산업 현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능력과 기량을 갈고닦은 기술인들에 대해 정부가 인정해 주는 제도다. 제도가 시행되고 3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춰 근본적인 쇄신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제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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