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정책 타협 가능할듯…분리상장, 분석 엇갈려
KT&G 사업의 특성상 소액주주 대변하는 사외이사 필요 KT&G의 현 경영진과 행동주의 펀드의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결국은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장해 온 KCG 인삼공사의 분리상장과 사외이사 확충 요구에 대해 KT&G가 기업설명회를 통해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백복인 대표이사의 해임안을 주도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요구 거절한 KT&G
행동주의 펀드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대략 세 가지로 분류된다. ①배당금 증액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증대 ②KCG 인삼공사 분리상장 ③현재 6명인 사외이사를 확충해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받아들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요구사항인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KT&G 현 경영진도 중장기 주주환원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에 자사주 3000억 원어치를 매입하고 5900억 원 규모의 배당금도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일정 부분 성과로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두 번째 KCG 인삼공사의 분리상장에 대해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과연 분리상장이 주주들에게 이득이 될지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린다. KCG 인삼공사의 분리상장 이후 시가총액의 합계가 지금보다 늘어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도 서로의 주장에 대해 검증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세 번째 요구인 사외이사 확충 문제다.
사외이사 확충이 갈등의 핵심 될 듯
행동주의 펀드들은 그동안 KT&G가 화장품 사업이나 미국 진출, 그리고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무분별한 투자를 지적하면서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글로벌 사업의 경험과 역량을 가진 사외이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현재 6명인 사외이사를 8명으로 확충해야 한다면서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KT&G는 현재 전체 이사진 8명 가운데 75%인 6명이 사외이사로 대기업 평균 수준인 50%를 웃돌고 있다며 더 늘릴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현재 6명의 사외이사도 헤드헌트 등의 추천을 받아 공정하게 선임된 인사들이고 경영에 필요한 전문적인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소유분산 기업의 사외이사, 선량한 관리자 역할 기대할 수 있나?
그렇다면 과연 KT&G의 사외이사는 현 경영진에 대해 중립적이고, 주주나 회사의 이익을 지켜주는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비단 KT&G뿐 아니라 주인 없는 기업, 소위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와 KT, 금융지주 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은 형식적으로는 사외이사의 추천이나 선임과정에 중립성이 담보돼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경영진에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주인이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가 오너의 의중에 따라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난이 있듯이 소유분산 기업의 사외이사 역시 회사의 성장이나 주주의 이익을 사활적으로 대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소유분산 기업의 CEO 선임에서 셀프 선임, 황제 선임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근본적으로 사외이사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부동산 사업 비중이 증대하는 KT&G, 중립적 사외이사 필요
KT&G는 공기업인 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되면서 출범한 기업이다. 공기업 시절 전매 사업을 수행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연초 제조창 등 엄청난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에 100만 평이 넘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1조7000억 원에 달하고 건물까지 합치면 보유 부동산의 가치는 2조3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T&G는 이러한 부동산을 바탕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 등 다양한 부동산 시행업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KT&G 전체 매출에서 부동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1%에서 2021년에는 21%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대장동 개발에서 보듯이 부동산 개발에는 비리가 개입할 소지가 다분하다. 시공사나 분양 대행사 선정에서 잡음이 생길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은 부동산 개발업자가 아니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의 KT&G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가 부족하지 않을 만큼 감시와 견제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소액주주 대변하는 사외이사 필요
민영진 전임 KT&G 사장은 2016년 금품수수혐의로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협력업체와 회사 관계자, 해외 바이어 등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거래 유지 등을 명목으로 현금과 명품시계를 받았다는 혐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단 받았지만, 담배 거래의 특성상 리베이트 등의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KT&G의 숙명이다.
또 현 백복인 대표이사의 과다한 연봉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20년 급여 4억5000만 원, 상여 7억2100만 원 합쳐서 11억7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2021년에는 급여 5억6700만 원, 상여 19억8800만 원으로 25억5700만 원을 수령했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에 대해 KT&G 측은 객관적인 경영성과 지표에 따른 성과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영목표 자체가 너무 느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의심이 KT&G나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 없는 회사인 만큼 절차적이고 실체적인 경영 투명성의 확보는 지나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충분히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회사 경영을 감시하는 사외이사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이유가 없다. 그래야만 공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정치권의 간섭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났다는 KT&G가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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