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당대표 불출마…"당 화합 위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

허범구 기자 / 2023-01-25 10:32:17
羅 "당 분열 우려 막고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집권초 대통령과 맞서는 부담감 끝내 극복 못해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 아냐"…희생하며 다음기회
'당심' 하락세도 이유…김기현·안철수에 밀려 3위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지난 20여일 과연 내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며 "어렵게 만든 정권의 성공을 위한 길은 무엇일까, 총선 승리는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인내 속에 화목이 있다) 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 한다"며 "저의 물러남이 우리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나아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사를 믿고 국민을 믿는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저의 진심, 진정성은 어디서든 변치 않는다"라고도 했다.

또 "국민의힘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영원한 당원'의 사명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 정통 보수 정당의 명예를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나 전 의원은 "정말 어렵게 이뤄낸 정권교체다. 민생을 되찾고 법치를 회복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려 보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며 "건강한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장고 끝에 출마를 접은 것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의식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출마를 윤 대통령이 원하지 않음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0일 "제 불찰"이라며 "관련된 논란으로 대통령님께 누가 된 점 윤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윤 대통령 본의가 아닐 것"이라는 글로 대통령실과 친윤계 반발을 산 지 사흘만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여당 정치인이 집권 초 대통령과 맞서는 것은 정치 생명을 건 모험으로 여겨진다. 이런 큰 부담을 안고 갈 수 없다는 게 나 전 의원 판단으로 읽힌다. 특히 나 전 의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안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과 당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는 셈법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지율 하락세도 불출마 이유로 꼽힌다. 나 전 의원은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으로 대통령실과 충돌하기 전까지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선두를 독주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나경원 때리기'에 나서자 지지율이 떨어졌다. 당심에서 김기현 의원에 이어 안철수 의원에게도 밀려 3위로 주저앉았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 지지층 대상 당대표 적합도에서 김 의원은 25.4%, 안 의원 22.3%, 나 전 의원은 16.9%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이 출마로 결심을 굳혔다는 얘기가 많았다. 나 전 의원은 설 연휴와 맞물린 윤 대통령 순방 기간 잠행하며 지지자·원로들을 만나며 조언을 구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언론 공지방을 개설하는 등 '경선캠프' 형태도 갖췄다.

전날 귀갓길에는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결심은 섰고 내일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기자회견 장소를 '여의도 중앙당사'로 예고하기도 했다. '출마각'으로 평가됐다. 그는 그러나 마지막까지 고심하다 결국 포기했다. '나경원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는 YTN 의뢰로 지난 22, 23일 전국 18세 이상 2002명(국민의힘 지지층은 78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19%포인트(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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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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