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생산공정 관리 허점 드러난 농심, 변명 말고 신뢰 회복해야

김기성 / 2023-01-24 13:06:25
EU와 대만 등에서 2-CE, 발암물질과 동일시
독일, 이탈리아 수출 제품에서도 2-CE 검출
국내와 해외 생산라인 차이점 공개해야
농심이 대만에 수출한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을 두고 농심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근거로 검출된 유해물질이 발암물질은 아니라는 점과 국내 제품에서는 같은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과연 그럴까?

▲ 농심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

2-CE는 발암물질 부산물, EU·대만 등에서 발암물질과 동일시

이번에 대만에서 검출된 유해물질은 2-클로로에탄올(2-CE)이다. 2-CE가 문제가 되는 것은 농약 성분인 에틸렌옥사이드를 사용하면 그 부산물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에틸렌옥사이드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인체에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분류돼 있다. 반면 2-CE는 자연적으로도 생성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나라마다 2-CE에 대한 검출 기준이 다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만이나 EU는 2-CE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EU는 2-CE의 검출량을 에틸렌옥사이드 검출량에 합산해서 0.02ppm-0.1ppm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2-CE를 에틸렌옥사이드와 같은 물질로 보는 것이다. 

대만도 EU와 마찬가지로 에틸렌옥사이드와 2-CE 검출량을 합산해 에틸렌옥사이드로 발표하고 있다. 검출기준은 0.055ppm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CE에 대해 특별한 규제가 없었으나 작년부터 잠정 기준을 30ppm으로 제시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2-CE에 대한 유해성을 인정하는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발암물질이 아니라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2022년 이탈리아, 2021년 독일 수출 제품서도 2-CE 검출

농심 제품에서 2-CE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8월 독일에 수출된 '농심 모듬해물탕면'에서 2-CE가 검출됐다. 채소믹스에서 최대 7.4ppm이 검출돼 EU 기준치의 최대 148배나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EU 당국은 해당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 회수 등의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또 작년 2월에는 이탈리아에 수출한 농심 김치신라면에서 역시 기준치를 초과하는 2-CE가 검출됐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법적 한계를 넘어선 2-CE 때문에 국물이 신체에 위험할 수 있다며 해당 제품을 식품매장에 철수하도록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조치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농심 제품에서 맹독성 화학물질이 법적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내용으로 크게 보도돼 파문을 일으켰다.

생산공정 관리에 허점 있다는 증거…수출품과 국내 제품 차이점도 밝혀야

2-CE가 발암물질인지 아닌지를 차치하더라도 농심 제품에서 계속해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2-CE가 검출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식품업체가 수출 대상 국가의 식품 기준에 맞춰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것은 기본에 속하는 문제다. 그런데 계속해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함유된 제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생산공정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추론해 볼 수 있다.

또 문제가 된 수출 제품과 국내 제품은 생산라인이 다르다는 것이 농심의 변명이다. 그러나 생산공정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 국내 생산라인은 잘 관리한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단순히 말로만 생산라인이 분리돼 있다고 빠져나가서는 안 될 것이다. 책임 있는 당국이나 소비자 단체의 참여하에 생산 과정을 공개하고 왜 유독 수출 제품에서 문제가 생기는지도 밝혀야 할 것이다. 

식품 기업은 신뢰가 생명이다. 농심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공식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광고하기 시작한 1985년부터 삼양을 제치고 국내 라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농심이 1등 라면 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1989년의 우지파동이 계기가 됐다. 결국 우지파동은 무죄로 결론이 나면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식품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 줬다. 그 우지파동의 간접적인 수혜자가 농심이었다는 사실도 이번 수출 제품의 유해물질 검출에서 농심이 명심해야 할 교훈일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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