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출산시 부채탕감' 단박에 거부할 문제인가?

김기성 / 2023-01-08 20:29:40
헝가리 baby expectation loan은 효과 입증
우리나라 출산율은 국가 존립 위협하는 상황
과학적 대책 고집하기보다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고민해야
우리나라 장래를 두고 가장 중요한 문제를 열거하라고 하면 저출산 문제가 앞쪽에 위치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두고 최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출산 시 대출원금 일부 탕감' 구상을 밝혔다. 그런데 곧바로 다음날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이러한 구상에 대해 정색하며 반박했다.

나 부위원장의 발언은 개인의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 무관하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출산 시 부채 탕감'은 어디까지나 나 부위원장의 아이디어이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 실명 브리핑으로 반박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물론 나 부위원장이 8일 SNS를 통해 자신의 발언이 정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고 당장 추진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대통령실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언론에서는 나 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둘러싼 정치적 대응이라는 해석까지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저출산 대책마저 정치적 논란으로 의미가 퇴색하는 것 같아 개운치 않은 부분이다.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이상훈 선임기자] 

'출산 시 부채 탕감'은 헝가리 저출산 대책


출산과 부채 탕감을 연계한 저출산 대책은 헝가리가 2019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헝가리는 1987년 인구 정점을 기록한 뒤 인구 감소 문제를 안고 있었다.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은 2011년 기준으로 1.23명으로 EU 국가 가운데 최하위였다. 이에 따라 2019년 헝가리 정부는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쏟아냈고 그 가운데 '출산 시 부채 탕감' 대책이 포함돼 있었다.

베이비 익스펙테이션 론(baby expectation loan)이라 부르는 대책의 내용은 이렇다. 초혼 여성을 대상으로 일반 직장인의 2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4천만 원을 대출해 준다. 이후 5년 이내 자녀 1명을 낳으면 대출이자를 면제해 주고, 2명을 낳으면 대출액의 3분의 1을, 3명을 낳으면 대출액 전액을 탕감해 주는 것으로 돼 있다.

물론 헝가리에서도 현금을 뿌리는 정책에 대해 비판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이 발표되고 7개월 만인 2019년 9월 헝가리의 결혼율은 1년 사이에 20%가 상승했다. 30년 만에 최대 결혼율을 기록한 것이다. 또 합계출산율도 꾸준히 상승해 2020년에는 1.52명까지 회복했다. 헝가리로 봐서는 나름 성공한 저출산 대책인 것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9명 역대 최저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2021년에 0.81명을 기록했고 작년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3분기에는 0.79명을 기록했다. 2022년 전체로도 0.7명대에 머물 것이 확실시된다. 역대 최저치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8년 0.98명으로 떨어진 이후 1명대 밑에서 헤매고 있는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2.1명은 돼야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 또 1명 이하의 합계출산율은 전쟁이나 전염병, 체제 붕괴라는 대격변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출산율이 이대로 간다면 경제성장은 물론이고 연금 체계도 무너지고 국가의 존립마저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는 고령화 문제까지 겹쳐져 있어서 저출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과학에 기반한 저출산 대책 마련 약속

저출산은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공통의 문제다. 그래서 각국은 온갖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는 자녀 출산 시 땅을 주겠다는 기발한 대책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2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무참하리만치 성과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시작으로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 방향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무엇이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일까? 헝가리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출산 시 부채 탕감'은 비록 우리와는 사회 문화적 환경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실증적으로 효과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을까?

비록 설익은 정책이 마구 표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아이디어 차원의 정책 구상을 단박에, 그것도 대통령실 수석이 정면에 나서서 선을 그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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