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어른들도 즐거움 누릴 '올해의 좋은 동시 2022'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 2022-12-26 15:17:59
지난 1년 간 각종 매체에 발표된 동시 63편 선정
기존 동시와 다르게 개성 확보한 신인들 돋보여
중견 시인들 '자기 복제'에 머무르는 것 아닌지 걱정
"근래 보기 드물게 활력 넘치는 동시의 만화방창"
지난 1년 동안 발표된 신작 동시에서 가려 뽑은 '올해의 좋은 동시 2022'(상상)가 출간됐다. 5인의 선정위원(권영상 김제곤 안도현 유강희 이안)이 63인의 작품 63편을 선정해 묶었다.


선정위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0월까지 종이책은 물론 웹진에 실린 동시까지 모두 찾아 읽었다"면서 "근래 보기 드물게 활력 넘치는 시들이 동시의 영역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어 가히 동시의 만화방창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라고 책머리에 밝혔다. 특히 "새로 동시를 발표하는 신인들은 기존의 동시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과는 다르게 개성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보여 주고 있어 반가웠다"면서 "동시인들이 자기 안주와 자기 만족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지는 않았는지 자성도 해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안도현 시인은 책 출간을 계기로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동시라는 영역이 아동문학 속에서 동화보다도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동시가 어른들도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제곤 아동문학평론가는 "올해의 좋은 동시를 선정하는 기준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동시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한 발짝 새롭게 내디딘 지점은 어디인가 하는 점을 중점으로 삼았다"면서 "올해도 중견 시인층이라 할 시인들의 활약은 여전한 바가 있지만, 한편으로 자기 복제나 자기 모방에 머무르고 있지 않은가 우려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2' 산파들. 왼쪽부터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유강희·안도현 시인, 김재문(상상 출판 대표), 권영상·이안 시인.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강기원, 권기덕, 권영상, 김개미, 김륭, 김미혜, 김미희, 김봄희, 김성민, 김성은, 김성진, 김응, 김이삭, 김종완, 김준현, 김창완, 김철순, 남호섭, 문봄, 박성우, 박소이, 박은경, 박정완, 방주현, 방지민, 백창우, 서정홍, 성명진, 손동연, 손택수, 송명원, 송선미, 송진권, 송찬호, 송현섭, 신민규, 신재순, 신현배, 안도현, 우미옥, 원성은, 유강희, 유희윤, 윤제림, 이만교, 이상교, 이안, 이여름, 이정록, 이화주, 임동학, 임복순, 임수현, 장철문, 전율리숲, 정유경, 조정인, 최춘해, 최휘, 함기석, 홍일표, 황세원, 휘민의 작품이 이번 책에 실렸다.

안도현의 동시 '아무도 주워 가지 않는 목도리'는 "산머루 같은 까만 눈으로 산머루를 바라보다가/ 지금은 길가에 누워 있는 족제비/ 아스팔트의 목을 감싸고 있는 목도리"다. 우미옥의 '슬픈 귤'은 물컹해서 슬프다.

슬픈 귤

우미옥


냉장고에서 귤을 꺼냈다
한 개는 물컹
손가락이 쑥 들어간다

물컹은 슬픔
귤 하나가 슬퍼지니
옆의 귤도 같이 슬퍼지려 한다
슬픈 마음이 옮고 있는 거다

슬퍼진 귤의 슬픔을 자르고 먹었다
살짝 슬퍼지려는 귤을 까서 먹었다
아직 슬프지 않은 귤도 까서 먹었다
귤들이 더 이상 슬퍼지지 않도록
다 먹었다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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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조용호 / 문화부 문학전문기자

소설가, 문학전문기자. 일간지에서 30년 가까이 주로 문학전문기자로 일함. 1998년 '세계의문학'에 단편소설 발표. 소설집 '떠다니네' '왈릴리 고양이나무'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장편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여기가 끝이라면' '시인에게 길을 묻다' '노래,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돈키호테를 위한 변명' 등. 한무숙문학상, 통영 김용익문학상, 무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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