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Ghz 5G는 자율 주행 등 미래 산업의 기반 인프라
국익이라는 측면서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 정부가 이동통신 3사가 5G 28Ghz 기지국 수가 당초 약속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초강경 조치를 내린 이후 제4 이동통신의 등장 가능성에 통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8일 KT와 LGU+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고 SK텔레콤에 대해서는 내년 5월까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취소 주파수 대역 가운데 1개 대역에 대해서는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선호도가 높은 주파수 대역을 신규사업자에게 할당하고 상호접속과 설비 제공 등을 통해 망 구축 비용을 덜어주고 사업 운영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년째 표류 중인 제4 이동통신
제4 이동통신 얘기가 나온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부터다. 이통 3사의 시장 과점에 따른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12년 동안 7차례에 걸쳐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시도됐다.
그러나 조 단위에 달하는 투자비를 댈 만한 대기업은 이미 이통 3사가 장악한 시장에 신규진입하기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외면했다. 또 일부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참가희망자들도 투자금액에 대한 투명성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28Ghz 대역에 대해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모색하고, 이를 위해 대규모 지원방침을 밝히면서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제4 이동통신, 일론 머스크가 차지?
과연 누가 제4 이동통신 사업자에 관심이 있을까? 대내외 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리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해도 조 단위 투자를 감당할 기업이 있을까? 이런 이유로 제4 이동통신은 어려울 것이고 정부의 강경조치는 군기잡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와 화상통화를 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이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와 통신 협력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 18일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강경조치를 발표한 자리에서 나온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의 발언도 다시 소환됐다. 박 차관은 외국 사업자가 신규사업자로 진입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던 것이 뭔가 알고 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이쯤 되자 통신업계는 이통 3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실에서 직접 나서서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발언도 그냥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하면 될 것을 굳이 대통령실이 비난 입장을 표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이미 큰 틀에서 일론 머스크의 한국 이동통신 시장 진출은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게 통신업계의 분위기다.
정부, 스타링크의 제4 이통 참여 가능성에 회의적
정부는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정부가 새 주인을 찾고 있는 5G 28Ghz 대역의 적임자가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28Ghz 망에서 5G의 최대속도는 이론상 20Gbps인데 비해 스타링크의 속도는 다운로드 100Mbps, 업로드 20Mbps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 이유가 된 빠른 데이터 전송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스타링크를 이용해 데이터 전송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구상도 유선 통신망이 잘 갖춰진 우리나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제4 이동통신 사업자와 스타링크를 직접 연결짓는 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는 국내 기업이 맡아야
그럼에도 일론 머스크의 국내 이동통신 사업 참여에 대한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도 스페이스X 등이 통신 당국에 한국 내 사업과 관련한 규정을 문의한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에 법인을 세우고 기간통신 사업자로 등록한 뒤 주파수 할당을 받아 직접 통신 사업을 하는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과의 FTA에서 통신부문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일론 머스크의 한국 통신 시장 진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과연 일론 머스크의 국내 이동통신 진출이 바람직스러운 것일까?
28Ghz 대역의 5G는 자율 주행과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UAM(도심 항공교통)과 같은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통신 인프라의 기반이 된다. 지금은 수요가 없다고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경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통 3사가 28Ghz 대역의 기지국 설치에 미온적인 데 대해 정부가 강경하게 조치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일론 머스크가 국내에 들어와 28Ghz 대역의 5G 망을 선점하게 된다면, 테슬라와 자율 주행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의 입지는 어떻게 될까? 테슬라가 5G 기반 전기자율주행차 사업자로 소비자에게 접근한다면 저가의 5G 요금과 자율주행차 결합 상품으로 기존 이동통신 시장과 자동차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다.
또 VR, AR 그리고 메타버스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콘텐츠 기업이나 플랫폼들의 입지는 머스크의 트위터와 관련해 과연 문제가 없을까? 이런 것들을 고려한다면 외국기업이 전국적 이동통신 사업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당국의 깊은 고민과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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