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근로시간 제한, 화물차 공급 줄여야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명분으로 내건 안전운임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 없도록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해주는 제도다. 화물차 운전자의 최저임금인 셈이다.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 한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안전운임제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제시하며 단순히 화물차 운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통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운송료도 가격인 만큼 시장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이후 교통사고가 더 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느 쪽이 맞을까? 결론적으로 양측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안전운임제를 도입하면 과속, 과적, 과로가 없어지고 화물차 운전자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할 수 있을까? 안전운임제 도입과는 별개로 정비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 현실과 제도 측면에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다단계 알선을 개선해 화주와 화물차 운전자 거리 좁혀야
우리나라 화물 운송업은 1980년대 민주화 이전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한진, 세방, 동방 같은 기업들이 화물차를 보유하고 기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화물 운송을 담당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민주화 이후 노조가 활성화되고 IMF 위기 등을 겪으면서 지입제라는 제도가 생겼다.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화물차를 싼값에 넘겨주고 물량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시작됐다. 나중에는 화물차 기사가 직접 차를 사서 운송회사에 등록하고 자신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을 맡는 형식으로 발전돼 왔다.
그 결과 영업이나 관리에는 무지할 수밖에 없는 화물차 기사들에게 운송 물량을 맺어주는 알선회사, 일종의 브로커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알선회사가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화주가 부담하는 비용과 화물차 기사가 받는 운송료 사이에 차이가 생기게 됐다. 화주에서 화물차 기사로 이어지는 과정에 보통 서너 단계, 많으면 여섯 단계가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이들 알선회사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전국 어디에 어떤 화주가 있고 또 화물차 기사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그들만의 자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지나치게 다단계로 발전하는 것은 규제해야 할 것이다. 마치 건설 현장에서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다가 부실 공사가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의 택시 콜 서비스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화주와 화물차 기사와의 단계를 최대한 줄여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화물차 과잉공급도 해결해야 할 문제
우리나라에는 운송 물량이 많은 대형 화주가 여럿 있다. 우리가 다 아는 대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운송 물량을 입찰 형식을 통해 운송회사를 선정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얼마에 운송할 있느냐를 입찰에 붙여 가장 적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를 선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물량을 가져가겠다는 화물차 기사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운송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화주는 갑 중의 갑이고, 화물차 기사는 노는 것보다는 낫다는 심정으로 싼값에 일을 맡을 수밖에 없는 을인 셈이다.
화물차의 공급을 줄여 수요와 공급을 통한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화물 운송업계에도 주 52시간 근무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1주일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자연스럽게 화물차 공급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특히 안전운임제가 도입돼도 극한의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운전자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주 단위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운전자의 과로를 막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물차에는 교통안전법에 따라 디지털 운행기록장치(DTG, Digital TachoGraph)가 장착돼 있다. 제도만 정해지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일몰제 폐지냐, 3년 연장이냐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고 화물연대는 폐지를 고집하고 있다.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경우가 됐건 지금의 제도와 현실에서는 안전운임제가 당분간 더 지속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빠른 시일 안에 현실이 개선되고 제도가 개선돼 안전운임이 그야말로 최저운임 정도의 수준에 그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전운임제가 연장되더라도 화물 운송업의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적용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화물을 운송한 운전자는 빈 차로 서울로 되돌아오느니 다소 낮은 운송료도 감수하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경직적으로 안전운임제를 적용한다면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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