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콕 거리에서 버젓이 대마초 피우는 한국 관광객들

탐사보도부 / 2022-11-15 15:26:26
대마 합법 5개월 태국 방콕, 한국인 상대 호객행위 기승
"대마초는 입문용 마약"…현지 대마 피는 한국인 늘어나
"합법화된 태국서 피워도 속인주의 따라, 국내법으로 처벌"
지난 2일 태국 방콕 수쿰빗(Sukhumvit) 거리 코리아타운. 날이 어둑해지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한국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이곳은 한류 영향으로 태국 젊은층 사이 명소로 꼽힌다.

한 건물 3층 '베스트 버즈'(Best Buds)를 찾았다. 대마초 전문점이다. 문 연지 3개월가량 됐다고 한다. 문 앞엔 '대마 3.5g 구입 시 10% 깎아준다는 오픈 기념 프로모션 안내판이 걸려있었다. 태국 정부는 지난 6월 아시아에선 최초로 대마초(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사와디캅~"(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원이 반갑게 맞았다. "둘러보세요. 한국 사람들 여기 많이 와요. 방금 전에 나간 커플 못 봤나요. 거기도 한국 사람들이었는데…." 한국 사람인 것을 단박에 알아챈 모양이다. 

▲ 지난 2일 태국 방콕 구도심 카오산 거리의 대마초 판매점. [서창완 기자]

▲ 방콕 수쿰빗 거리 코리아타운의 대마초 판매점 '베스트버즈' 흡연실. 벽면에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송창섭 기자]

점원 안내로 흡연실에 들어갔다. 뿌연 연기가 가득했다. 대마초 향이 훅 들어왔다. 다양한 환기장비가 설치돼 있지만, 끝없이 피워대는 대마초 연기를 빼내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한쪽 벽면에 한국어 '감사합니다', 영어 땡큐(Thank you), 독일어 당케(Danke), 불어 메르시(Merci)가 적혀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대마초를 팔았다. 'Powerful' 'Focused' 'Happy' 등 내세우는 효능도 각색이었다.

대마초는 대마 식물의 꽃이나 봉오리 또는 말린 잎을 말한다. 대마초에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 물질은 향정신성 성분이다. 한 대 가격은 450바트(약 1만6700원)에서 750바트(약 2만7900원) 정도였다. 담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점원이 연신 구입을 권했지만, 살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대마초는 불법이고, 합법인 나라에서 피워도 마찬가지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도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대마초를 수입하거나 수입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했다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까지 받게 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대마초를 태국에서 피웠다고 하더라도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발각되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도 경고는 하고 있다. 방콕 수완나품(Suvarnabhumi) 국제공항에 도착해 휴대폰을 켜면 외교부가 보낸 문자부터 뜬다. '태국 내 대마, 크라툼 관련 제품 구입·섭취·귀국소지 시 국내법상 처벌 유의.' 주태국 한국대사관은 최근 방콕교민회 등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대마초 흡연시 처벌된다는 홍보물도 내걸었다. 

▲ 방콕 수쿰빗 거리의 대마초 노점상. [서창완 기자]

▲ 방콕 수쿰빗 11번가의 독일 음식점. 실내 대마초(카나비스) 흡연 금지 문구가 걸려 있다. [서창완 기자]

▲ 방콕 수쿰빗11번가의 이동식 대마초 판매점. 각종 프로모션을 하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서창완 기자]

방콕 코리아타운에서 대마초 피우는 한국인 관광객

그러나 이런 경고의 실효성은 '글쎄'다.

"세 대를 연달아 피워봤는데요. 와~ 신기하네요." 이날 늦은 밤 코리아타운 구석에서 한국인 단체관광객으로 보이는 무리 중 한사람이 나지막히 말하는 게 들렸다. 8명 가량 모인 자리엔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맡아 보지 못한 냄새였다. 담배 냄새와는 확연히 달랐다.

동행한 태국 교민은 "행색을 보니 교민들은 아니다. 지금부터가 태국 골프투어시즌이니, 놀러왔다 저렇게 모여서 대마초를 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에서 무역 일을 하고 있다는 교민 B 씨는 "한국 관광객들이 파타야 같은 곳에서 풀빌라를 잡고 4박 5일 동안 대마초 흡연만 하고 간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대마초만 했을지 다른 마약도 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수쿰빗 거리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구도심 카오산(Khaosan) 거리에도 대마초 상점이 즐비했다. 문 연지 3개월 됐다는 한 대마초 용품점 점원은 "한국인이 많이 오냐"고 묻자 "한국 관광객들은 주요 고객 중 하나"라고 답했다.

가뜩이나 태국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해외 관광지다. 글로벌 여행전문 사이트 '아고다'의 검색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가 태국이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이 태국을 많이 찾기 시작하는 시기는 11월부터다.

정부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웅혁 교수는 "태국의 대마초 합법화는 인근 국가인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도 신호가 될 수 있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방콕 수쿰빗 거리 코리아타운 대마초 판매점 흡연실. [송창섭 기자]

의료 목적으로 제한한다지만 거리는 이미 대마초 천국

태국 정부는 지난 6월9일부터 대마초를 마약류에서 제외했다. 가정 내 재배도 허용했다. 이전엔 파타야, 푸껫 등 태국 유명 관광지에서나 음성적으로 대마초를 구할 수 있었지만 6월 합법화로 어디서나 살 수 있게 됐다.

코리아타운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수쿰빗 11번가까지 약 600m 거리에선 대마초 노점상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맛집들이 즐비한 수쿰빗 11번가에는 푸드트럭을 개조한 이동식 대마초 판매점도 줄지어 있다.

어찌나 대마초를 피워대는 사람이 많은지 음식점이나 펍에는 '이곳에선 대마초를 피우지 마시오(Please do not smoke cannabis on these premises)'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태국 정부가 대마초를 합법화한 것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가 총선을 앞두고 농심(農心)을 얻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보는 시각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태국은 내년 5월 총선이 예정돼있다.

현 집권세력은 농촌보다는 도시 지역에서 지지세가 강하다. 농촌지역에선 여전히 탁신 전 태국 총리로 상징되는 야권 지지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대마초 재배 합법화는 농촌 지역 표심잡기라는 것이다.

또 태국은 대마초 관련 산업을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먼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아누띤 참위라쿤 태국 부총리 겸 보건부장관은 지난 6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태국은 "의료 목적으로만 대마초 정책을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태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모두 푼 것은 아니다. 공공장소에서는 여전히 흡연이 금지돼 있다. 태국관광청에 따르면, 공공장소 대마초 흡연은 3개월의 징역형과 2만5000바트(약 93만4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대마초 정책이 의료 또는 건강 관련 이유로만 생산·소비를 허용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형식일 뿐 방콕 거리 분위기는 이미 대마초 자유화, 대마초 천국이다.

전문가들 "호기심에라도 하지 말라" 경고

대마초는 '입문용 마약(Gateway Drug)'으로 꼽힌다.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하면 필로폰·코카인 등 중독성이 더 강한 마약을 시작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펴 본 태국 대마초가 한국에서는 다른 약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마약중독상담사 최진묵 마약류중독재활센터장은 "태국에서 대마초를 피우고 한국에 돌아왔다면 대마를 구할 수 있는 창구는 오직 하나 SNS 뿐"이라며 "이 창구 안에는 필로폰, 코카인, 엑스터시 등 모든 마약이 슈퍼마켓처럼 진열돼 있는데, 여기서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마 한 대쯤 괜찮겠지'라는 호기심이 마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도 "대마의 경우 길게는 10개월까지도 모발에서 잠복하고, 피부에도 침투되는 특성이 있다"며 "호기심으로 해 본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태국(방콕)=송창섭·서창완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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