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태광그룹 차원서 풀어야

UPI뉴스 / 2022-11-05 12:36:56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로 자금시장 불안 가중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보험사 신뢰도 하락 우려
내년 만기도래하는 한국 기업 외화채권 250억 달러
가파른 금리인상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보험사들의 건전성이 또 다른 뇌관으로 등장했다. 시작은 흥국생명이었고 뒤이어 DB생명에서도 터졌다. 시장에서는 적지 않은 다른 보험사들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 RBC 

은행의 건전성을 얘기할 때 BIS 비율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환위기 때 귀가 따갑도록 들은 용어다. 한마디로 부실채권에 대비한 자기자본 비율로 BIS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 은행이 건전하다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도 비슷한 용어로 지급여력비율, RBC라는 게 있다. 계약자가 보험금을 요청할 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을 나눈 값으로 금융당국은 150%를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RBC를 높이기 위해 발행 

그런데 RBC를 높이기 위해서는 증자를 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자본 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신종자본증권이다. 자본으로 인정해주는 채권으로 보면 된다.

영구채라고도 표현하지만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영구채라고 하면 영구히 이자만 주면 되는 채권을 뜻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있다. 대략 30년이다. 그리고 대부분 발행 이후 5년째 되는 날짜에 채권을 발행한 보험사가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된다.

콜옵션은 행사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의미지만 사실상 콜옵션을 행사해서 되사주는 게 관례로 굳어져 있다. 따라서 시장은 당연히 5년째 되는 날 되사줄 것을 믿고 투자한다는 얘기다.

▲ 서울 종로 흥국생명 앞을 지키는 동상 '해머링 맨'. 미국 조각가 조나단 브로프스키(Jonathan Borofsky)가 제작한 철제 작품 시리즈로 세계 11개 도시에 설치됐다. 망치질을 하며 움직인다. '노동의 숭고함'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뉴시스]

흥국생명, DB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연기
 

흥국생명은 지난 2일,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2017년 11월 싱가포르 시장에서 발행한 것이다. 흥국생명은 다음 조기 상환 기일인 내년 2월 7일을 건너뛰고 5월 7일 상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발행 때 맺은 스텝업 조항(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가산금리를 적용한다는 것)에 따라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5년물 미 국고채에 2.472%의 가산금리가 붙어 약 6.72%로 치솟게 된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건 자금시장 경색으로 5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발행한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금리 인상으로 가산금리가 적용된 6.72%보다 훨씬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콜옵션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기자본으로 상환하게 되면 RBC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DB생명도 3일, 13일로 예정된 3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투자자와 협의를 통해 내년 5월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역시 흥국생명과 비슷한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기업 신뢰도 저하 우려

금융당국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에 대해 사전에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디폴트가 아닌 만큼 앞으로 한국 기업이 해외 금융시장에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해외발행이 아닌 국내발행 건으로, 해외 투자자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로 국제 시장에서 한국 보험사들의 신뢰가 떨어져 채권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흥국생명의 이번 결정 이후 다른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의 가격이 하락했다. 또 일부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연기하기도 했다.

파급 차단 위해 국제 시장에 상환계획 적극 알려야

KDB생명은 내년 5월에 2억 달러, 신한금융지주는 내년 8월에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첫 상환일이 도래한다. 또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기업들의 외화 채권은 250억 달러로 올해보다 22%가량 많다.

이런 상황에서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에 따른 파급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해당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상환계획을 알릴 필요가 있다.

2009년 우리은행이 달러화 후순위채 조기 상환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당시 한국 외환 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투자가들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가 신용도의 척도가 되는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기도 했다. 그때에도 다른 금융기관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국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급한 불을 끈 경험이 있다.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태광그룹이 대신 상환 나서야
 
지금 자금시장은 살얼음판 위에 있다. 작은 균열이라도 자칫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리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를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상환일인 9일 이전에 태광그룹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동원해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을 사들여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는 것이다.

CJ CGV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시행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하루 뒤인 31일 460억 원 가량을 사들이기도 했다. 또 같은 신종자본증권의 사례는 아니지만, 롯데그룹도 건설 쪽에서 자금 문제가 생기자 그룹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더구나 태광그룹은 자산이 많기로 소문나 있고, 태광산업만 하더라도 현금성 자산이 4700억 원에 달해 여력도 충분하다는 것이 채권시장의 관측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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