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기업들의 과도한 제품 가격 인상, '탐욕 인플레이션'

UPI뉴스 / 2022-11-03 13:25:14
인플레이션 빌미로 제품 가격 과도하게 인상
일시적 원가 상승에도 가격은 영구히 올리고
제품가격 인상 폭은 언제나 원가상승보다 커
기업들의 탐욕이 인플레이션 더욱 증폭 시켜
미국 얘기긴 하지만, 최근의 인플레이션을 두고 그리드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정유사의 과도한 이익 챙기기를 두고 이 용어를 사용한 일이 있다. 그리드플레이션은 탐욕을 뜻하는 '그리드'(greed)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탐욕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는 뜻이다. 

코로나 사태로 공급망이 차질을 빚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촉발된 것은 맞지만 여기에 대기업들의 탐욕이 더해져 인플레이션이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원가 상승분보다 가격을 더 많이 올려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NYT "美 식품기업들 인플레이션 핑계로 과도한 가격 인상"

그리드인플레이션을 뒷받침하는 기사가 뉴욕타임스(NYT)에 최근 실렸다. 미국 식품기업과 레스토랑 체인들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해 보니 인플레이션을 핑계로 과도하게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펩시코는 3분기 음료와 과자 제품 가격을 전년 동기보다 17% 올렸는데, 순이익은 20% 이상 증가했다. 코카콜라 역시 가격 인상 덕분에 전년 동기보다 이익이 14% 늘어났다. 멕시칸 음식점 체인 치폴레는 이익이 26%나 급증했음에도 연말까지 음식 가격을 15% 가까이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NYT는 기업들이 원자재는 물론 포장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면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떠넘기면서 원가 상승분보다 더 많이 올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부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이를 핑계로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이익잔치를 벌였다는 것을 3분기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손해를 이미 상쇄한 수준임에도 계속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은 기업들의 이익을 부풀리는 중요한 계기

코로나 이후 최근 2년 동안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게, 공급난 물류 적체였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식량 가격 상승까지 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자 많은 소비자는 "오죽했으면 가격을 올렸겠는가?"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러한 너그러운 마음은 순진하기 짝이 없다는 게 이번 NYT 보도에서 나타난 것이다. 기업들은 원가가 일시적으로 올라도 가격은 영구히 올리고 또 제품 가격 인상 폭은 언제나 원가 상승 폭보다 크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예상을 이용해 이익을 더 많이 챙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황이 나빠져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소비자의 뒤통수를 치는 셈이다. 

우리 기업들도 탐욕 인플레이션 혐의 짙어

우리기업들은 어떨까? 아직 3분기 실적 확정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충격이 더해진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가격 인상 혐의가 짙은 게 사실이다. CJ제일제당은 3분기 추정 영업이익이 5127억 원으로 작년 3분기의 4332억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도 6.67%로 작년 동기의 6.32%를 초과했다. 지난 8월, 4년 8개월 만에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 농심의 3분기 영업이익은 196억 원으로 추정돼 1년 전의 291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분기 43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린 오리온과 대상, 풀무원 등 식품 업체들의 3분기 추정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났고 영업이익률도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아진 곳도 다수 눈에 띈다. 특히 이들 기업은 환율이 안정되고 원자재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면 이익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이들 기업의 실적 호전을 점치는 리포트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환율이 안정되는 시기가 찾아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 오게 되면 기업들은 어떤 가격 정책을 펴게 될까? 그때도 올린 제품값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것은 탐욕이 아니고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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