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지원, 대출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전문가들, kWh당 20원 이상 인상 필요성 제기 한국전력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악순환의 구조 속에 전력 소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전력 통계 월보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력 판매량은 37만854GWh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한전은 1kWh의 전기를 소비자에게 팔 때마다 평균 28.5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따라서 이 추세가 지속한다면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 원을 넘어, 최대 4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한 한전채, 자금시장의 폭탄
한전의 적자가 한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딜레마다. 한전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빚을 낼 수밖에 없고 이때 등장하는 것이 한전의 회사채다. 한전채는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최상위 신용등급(AAA급)을 가지고 있다. 한전채는 올 들어 23조4900억 원어치가 발행됐다. 지난해 전체 발행량 10조32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높은 신용도를 가진 한전채마저도 온전히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전은 연 6%에 육박하는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모두 4000억 원 규모의 2~3년물 채권을 발행하려 했지만 1200억 원어치는 유찰됐다. 한전채가 유찰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와 일부 건설사에 위기설까지 퍼지고 있다. 자금시장 불안의 중심에 바로 한국전력이 있는 셈이다.
한전채 발행 줄이기 위해 예산 지원, 대출 거론되고 있지만 해법은 아닌 듯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예산으로 한국전력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도 한전이 2조7980억 원의 적자를 내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6680억 원을 지원한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일부에서 이 방법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 기조가 긴축 쪽인데다가 에너지 보조금을 뿌리려다 실각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사례도 있어서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워 보인다.
또 한전채를 발행할 것이 아니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해법은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은행이 한전에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는 결국 은행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고 이는 자금시장의 불안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기 요금 인상,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그렇다면 한전의 적자를 해결하는 방법은 전기 요금 인상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인다. 전기 요금은 이미 올 들어 20%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일쇼크 가 있었던 1974년 전기 요금은 85.1%가 올랐고, 1979년 34.6%, 1980년 35.9%가 오른 전례가 있다. 또 요금이 오르게 되면 전력 수요도 줄어들 것이고, 이는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한전의 영업구조로 볼 때 적자 폭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통상 전기 요금이 KWh당 10원 오를 때마다 한전의 연 매출이 5조 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번에 적자를 메울 정도의 인상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20원 이상 올려서 한전의 적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등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는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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