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4형제 주가, 연초 대비 3분의 1토막나
성공에 대한 보상보다는 기업의 본질 살펴야 사람이든 기업이든 지내다 보면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 날 때가 있다. 예상치 못한 불운이 정신없이 겹쳐서 일어나 존립 자체가 흔들릴 때가 있다는 얘기다. 요즘 카카오를 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카카오 서비스, 10시간 이상 먹통
카카오 서비스는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쯤부터 서비스가 중단되는 먹통 상황이 시작됐다. 카카오톡은 물론 다음 뉴스 검색과 카페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고 카카오 페이, 카카오 택시도 이용이 중단됐다. 10시간이 지난, 16일 오전 1시 32분쯤 카카오톡의 일부 기능이 복구됐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는 그동안 수십 차례 길고 짧은 장애를 일으켰으나 이번처럼 10시간 넘는 접속 중단 사태는 없었다. 카카오 12년 역사상 가장 긴 시간 장애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번 대규모 장애는 카카오 서버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SK 판교 데이터 센터의 화재 때문에 발생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통신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은 여러 데이터 센터에 서버를 분산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 곳에서 사고가 일어나도 다른 곳에서 실시간으로 백업할 수 있도록 이중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카카오도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이번 사고에는 별 효과가 없었다. 백업체계가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데이터 센터 한 곳에서 불이 났다고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일시에 먹통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서버 관리가 취약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장애가 완전히 복구되고 난 이후에도 카카오에 대한 비난과 불안한 시선은 좀처럼 줄어들기 힘들어 보인다.
연초 대비 60% 이상 폭락한 카카오 그룹 주가
지난 14일 카카오 그룹 주식은 모처럼 의미 있는 반등세를 보였다. 카카오는 8.67% 올랐고 카카오 뱅크는 5.74%, 카카오 페이 4.94%, 카카오게임즈는 9.44%가 올랐다. 주가 그래프로 주가를 전망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대양봉을 그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주말에 일어난 최악의 서비스 중단 사태는 이러한 기대를 희석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카카오 그룹 4개 상장사, 소위 카카오 4형제의 시가 총액 합산은 14일 기준으로 39조1661억 원으로, 연초의 109조6035억 원과 비교하면 70조4374억 원이 줄어들었다. 불과 10개월 반 만에 64.2%가 줄어들었다. 3분이 1토막이 된 것이다. 개별 기업별로는 카카오가 연초 대비 54.31% 떨어졌고 카카오게임즈는 57.97% 하락했다. 특히 카카오 뱅크는 70.34%, 카카오 페이는 79.31% 폭락했다. 앞으로 카카오 뱅크는 주가가 3배 이상, 카카오 페이는 5배 이상 올라야 연초의 주가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유독 많이 떨어진 카카오 4형제 주가
연초 대비 코스피는 23%, 코스닥은 34% 하락했다. 이것과 비교해도 카카오 4형제의 주가가 유독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주식 자산의 하락이라는 일반적인 해석 이외에 카카오만의 약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카카오의 약점 ①쪼개기 상장
첫 번째로 지목되는 것이 쪼개기 상장이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2021년에는 카카오 뱅크와 카카오 페이를 잇따라 상장했다. 이런 쪼개기 상장은 핵심사업을 분사해 몸집을 불릴 수는 있지만, 필연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원성을 샀다.
더구나 카카오 뱅크와 카카오 페이는 사업 영역이 겹친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카카오 그룹의 쪼개기 상장 추진이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러한 쪼개기 상장은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와중에서도 계속됐다. 카카오게임즈가 이달 초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를 코스닥에 상장하려 했다가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카카오의 약점 ②경영진의 무차별적인 스톡옵션 주식 매각
두 번째 카카오의 약점은 경영진들의 도덕적 불감증이다. 쪼개기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르자 경영진들이 스톡옵션 주식을 단체로 매각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2021년 12월 10일 류영준 전 카카오 페이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8명이 회사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 주식을 단체로 매각했다. 상장 후 최단 시간 내에 경영진이 한꺼번에 주식을 매각한 전례 없는 일이어서 먹튀 논란이 일어났다. 상장 후 장중 25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카카오 페이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그 이후에도 주가는 흘러내리고 있다. 경영진들의 주식 매도는 회사에 대한 기대를 분노로 뒤바꿨고 결과는 주가 폭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카카오의 약점 ③특장점에 대한 기대 희석
세 번째는 카카오 그룹의 근본적인 가치 평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 카카오 뱅크는 출범 초기 국내 모든 은행의 시가 총액 합계에 육박했다. 그만큼 기존의 은행과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고 그러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었다. 물론 카카오 뱅크는 지금 은행으로서 기능은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기존의 은행, 그 이상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당초 기대했던 그림을 그리기에는 비관적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디지털 혁신의 주체였던 카카오, 이제는 자신의 혁신을 준비해야
카카오는 우리 사회의 아날로그 영역에 디지털 바람을 불어넣은 선두주자였다. 메신저 기능에서 시작해 택시, 금융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서비스를 정착시켰다. 반발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한때는 미용실과 꽃 배달과 같은 골목 상권에도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려 했다.
그런 카카오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불행의 씨앗은 무엇일까?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나 사회적 저항도 일부 원인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을 이룬 뒤 보상에 대한 경영진들의 조급함이 불행을 자초했다. 또 지분율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에서 신선한 IT기업이 아니라 고루한 재벌의 행태가 엿보인 것도 불행을 키우는 결과를 빚었다.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인터넷에는 "카카오가 쪼개기 상장에는 성공했으나, 서버의 쪼개기 분산에는 실패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카카오 경영진 입장에서는 조롱으로 들리겠지만 성공 보수에 급급해 기업의 약점을 돌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귀담아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