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해 경제에 시너지 효과내야
노조 문제, 다단계 하청구조도 한화가 해법 제시해야 할 과제
산은, 기업관리 실태 점검해 감독 역량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대우조선해양이 마침내 한화그룹에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의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9.3%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지분은 55.7%에서 28.2%로 줄어들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대우조선은 2000년 몰락한 대우 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20년이 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산업은행의 관리하에 있었다. 따라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게 되면 대우그룹의 해체는 또 한 번의 단락을 짓게 되는 것이다.
인수를 통해 그룹형태를 갖췄으나 뿔뿔이 흩어져 새 주인 품으로 돌아간 대우그룹
대우그룹은 고 김우중 회장이 1967년 와이셔츠를 수출하는 대우실업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기업 인수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덩치를 키워나갔다. 1973년 동양증권을 인수해 대우증권을 만들었고 1974년에는 동남전자를 인수해 대우전자로 개편해 전자산업에 진출했다.
1976년에는 한국기계를 인수해서 중공업부문에 발을 들였고 1978년에는 대한조선공사로부터 옥포조선소를 인수해 대우조선을 세웠다. 역시 1978년 새한자동차를 인수한 뒤 1983년 대우자동차로 이름을 바꿨다. 80년대 들어서도 대한전선과 건설업체 경남기업 등을 인수해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에도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1998년에는 삼성그룹을 제치고 재계 순위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처럼 모태인 대우실업에서 성장한 ㈜대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계열사가 부실기업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된 것이다. 당시에는 인수 합병이 드물었고 부실기업이라 하더라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정권의 도움이 필요했던 만큼 김우중 회장에게는 늘 상반된 평가가 뒤따랐다. 부실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칭찬이 있었는가 하면 정경유착의 대표적 인물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0년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주요 계열사가 모두 워크아웃에 들어가 대우그룹은 공중분해의 수순을 밟게 된다. 그 이후 주요 계열사들은 모두 새로운 주인을 맞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많은 계열사들이 이름을 바꾼 뒤에도 해당업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 대우엔지니어링 포스코엔지니어링, 대우전자는 위니아전자, 대우자동차는 한국GM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대우건설이나 대우산업개발은 새 주인을 찾은 뒤에도 아직 대우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만이 새주인을 찾지 못한 채 산업은행의 품에 있다가 이번에 한화그룹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과연 대우라는 이름을 유지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까지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토킹호스는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한화그룹이 2조 원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공개입찰과정에서 2조 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신규 참여자가 생기면 한화그룹에게 다시 그 가격에 인수하겠느냐는 의견을 묻게된다. 한화그룹이 받아들이면 높아진 가격으로 한화그룹이 인수하게 되고, 한화그룹이 포기하면 높은 가격을 써낸 신규 참여자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되는 것이다.
27일 경쟁입찰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7일까지 입찰의향서를 접수한 뒤 최대 6주간의 상세 실사작업을 벌인 뒤 경쟁입찰을 통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산업적 특성과 투자자금의 규모,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다른 대기업이 공개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 정상화 통한 종합 방산업체로 성장, 노조 소통 등 과제도 산적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지금까지 12조 원에 달한다. 2조 원에 경영권을 넘긴다는 점에서 헐값 매각 논란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주인 없는 대우조선은 저가 수주로 우리 조선업계 전체에 해악을 끼쳤다.
또 조선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짜야 하는데도 낙하산 경영진들은 단기 성과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 따라서 늦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는 우리 경제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론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화그룹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된다면 많은 과제를 떠안게 된다. 잠수함, 전투함 건조능력을 지닌 대우조선해양을 통해 육·해·공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업체로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방산 부문의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가 우리 경제 전체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경영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가장 큰 과제는 노조와의 협력이다. 최근 장기파업을 가져왔던 다단계 하청 구조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한화그룹이 해법을 제시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봐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20년이 넘도록 주인을 찾지 못하고 혈세를 낭비한 데는 산업은행의 책임도 크다.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경영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산업은행의 기업 관리 실태를 점검해 감독 역량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