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상류층의 오만한 소비에서 비롯된 양극화 병폐

UPI뉴스 / 2022-09-25 15:05:47
사회적 병폐 '확증편향'도 빈부격차가 원인
한국의 빈부격차 특별히 나쁜 수준 아닌데도
상류층의 오만한 플렉스 소비가 위화감 조성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이 사회적 병폐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잡음 섞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쪽에서는 비속어가 포함된 외교 결례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런 표현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누구 말이 옳은지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그들의 귀에는 듣고 싶은 단어로 들릴 테니까 말이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나뉘게 됐을까? 이념의 문제라고도 하고 유튜브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경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양극화나 빈부격차의 문제가 사회를 둘로 나누는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수준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빈부격차를 가늠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상위 10%와 하위 10%를 비교하기도 하고 지니 계수, 또는 팔마비율 등으로 한 사회의 빈부격차 정도를 계산하기도 한다. 또 21세기 자본을 저술한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한 나라의 자산을 소득으로 나눈 베타 값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더 나쁜 수준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지니 계수를 보자. 지니 계수는 0부터 1까지 표시되고 0에 가까울수록 완전 평등, 1에 가까울수록 완전 불평등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지니 계수는 2015년 0.35에서 2016년 0.36으로 악화하기도 했지만 2010년대 들어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0.331을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세계적으로 소득 격차가 적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참고로 일본이 0.334로 우리보다 조금 높고 영국과 미국은 0.3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남미 국가들의 지니 계수는 0.4~0.5 수준으로 소득 격차가 심한 편이다. 또 중국은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지니 계수가 0.7을 넘어 극심한 소득 격차가 있는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지수로 나타난 현실보다 더 불행하게 느끼는 우리 사회

지표로 나타나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그리 나쁜 편이 아니고 다행히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느끼는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모두 빈부격차의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실제보다 과장됐다 하더라도 극심한 양극화를 느끼는 사회 분위기는 위화감과 적대감을 초래하기 마련이고 사회적 병폐 수준으로 악화한 확증편향의 원인을 제공하는 게 틀림없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양극화의 문제를 제시하고 빈곤층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유독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일까하는 점이다.

▲ 과소비, 플렉스 관련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만연한 플렉스, 상류층의 오만이 사회적 위화감 조성

우리 사회는 역사적으로 정착해서 살아온 농경민족이다. 유목민족과 달리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그래서 생겨났을 것이다. 그래서 상류층이라 하더라도 처신에 조심하고 다른 구성원들을 배려하는 것이 덕목으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자본주의 논리가 만연해지면서 내 돈, 내 것에 대한 의식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여기에다가 SNS의 범람으로 자신의 돈, 자신의 소비를 자랑하는 소위 플렉스 문화가 넘쳐나고 있다. 과거에도 상류층은 상상하기 힘든 소비를 해 온 게 사실이다. 점심 한 끼가 3000원인 시절에도 호텔 식당에서는 10만 원이 넘는 식사를 즐기는 사람이 있었고 수백만 원짜리 와인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굳이 이러한 소비를 자신의 처지와 비교할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 14만 원짜리 수제버거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오고 10만 원에 육박하는 호텔 빙수의 동영상도 어렵지 않게 등장한다. 여기에다가 스페셜티라는 이름을 붙여서 한 잔에 6만 원에 이르는 차를 파는 카페도 등장했다. 아무리 지갑을 뒤져봐도 자신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소비를 바라보며 자괴감이나 부러운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도를 통한 사람일 것이다.

상류층의 오만한 소비는 양극화의 비극을 잉태할 수 있다. 양극화는 계층 간의 적대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사회적 불안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는 자금 그러한 불안의 단초를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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