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노리는 투자에 자신이 없다면 냉정한 분석으로 장기 투자해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高) 속에서 연일 죽을 쑤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중견 제약 기업인 일성신약이다. 일성신약 주가는 지난달 말 7만9500원에서 지난 22일 12만6000원으로 올라 무려 58%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일과 22일 이틀은 상한가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렇게 나홀로 강세를 보이자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금자산이 많다는 것, 그리고 코로나 관련주라는 것 등등. 그러나 개미들의 귀를 가장 솔깃하게 하는 것은 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상속 관련해 형제간의 지분 싸움 가능성이다. 하나하나 짚어 보기로 하자.
유보율이 3000%가 넘는 엄청난 현금 부자
자본금 133억 원인 일성신약의 자산은 4872억 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현금자산이다. 유보율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3895%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현금을 쌓아두게 된 데는 삼성그룹의 합병과 관계가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은 1주당 5만7234원. 당시 330만7070주를 보유했던 일성신약은 1893억 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일성신약은 매수청구권 가격이 너무 낮다면서 2015년 9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
이 소송은 무려 6년 넘게 끌다가 지난 4월 대법원 판결로 종결된다. 대법원은 주식매수 청구권 가격이 너무 낮게 평가됐다며 6만6602원이 적당하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성신약은 1893억 원에서 310억 원가량을 더 받게 됐고 여기에다가 연이율 6%의 지연 손해금 879억 원도 추가로 받게 된다. 한꺼번에 3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막대한 현금 유입이 주가에는 호재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판결이 났던 4월 이후 일성신약의 주가는 별 움직임이 없었다. 또 이러한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주가에 호재가 될 만한 새로운 사업 소식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달 들어 나타난 급등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 치료제 관련주? 글쎄…
일성신약의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가에서 나온 분석 가운데 하나가 일성신약이 코로나 치료제 관련주라는 것이다. 일성신약은 만성 췌장염 등의 치료를 위해 카모스타트를 생산 유통하고 있는데, 이 물질이 코로나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지난 2020년 독일의 아우구스트 대학의 연구팀이 세계적인 학술지 Cell을 통해 발표한 것이다. 동물 실험에서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카모스타트 관련주라는 이름으로 일성신약과 대웅제약 등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미 한 번 휩쓸고 간 재료이고 다시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신빙성이 부족한 재료로 봐야 할 것이다.
창업주 사망, 상속 다툼 가능성 거론
이렇게 되자 일부 SNS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상속을 둘러싼 지분 다툼 가능성이다. 이런 분석은 일성신약의 창업주인 윤병강 회장이 지난 1일 사망하자 증권가에 나돌기 시작했다. 실제 주가도 고인이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 2일 10% 가까이 올랐고 그 다음 거래일인 5일에 상한가까지 급등했다.
이러한 분석이 나온 데는 일성신약의 지분구조와도 관계가 있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1%인데, 특별히 많은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고 윤병강 회장의 차남인 윤석근 부회장이 8.4%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윤씨 성을 가진 사람들도 적게는 0.2% 많게는 8%로 고르게 보유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지분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상속을 둘러싸고 지분 경쟁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윤석근 부회장, 이사회 장악+20%에 가까운 지분 보유
그 이유는 자사주에 있다. 일성신약은 현금을 많이 가진 기업으로도 유명하지만, 또 자사주를 많이 가진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자사주 비율이 무려 44.25%에 달한다. 자사주는 물론 의결권이 없지만, 지분 다툼이 일어나면 백기사를 동원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 중에 하나다.
따라서 자사주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이사회의 구성을 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일성신약 이사회에는 윤석근 부회장을 비롯해 윤 부회장의 아들인 윤종호, 윤종욱 씨가 사내 이사로 등재돼 있다. 윤석근 부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씨 성을 가진 10명이 비슷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윤 부회장 지분 8.44%, 윤형진 씨 지분이 8.03%다. 윤형진 씨는 고 윤병강 회장의 딸로, 오빠 윤 부회장과는 어머니가 다르다. 윤 부회장의 아들 윤종호 윤종욱 씨도 많지는 않지만, 둘이 합쳐 0.5%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속을 둘러싼 집안 싸움이 증시에서는 호재
증권시장에서 상속을 둘러싼 지분 다툼이 주가에 호재가 된 경우는 여럿 있었다. 가깝게는 한진칼을 둘러싼 조원태 조현아 형제의 싸움이 가열될 때 한진칼의 주가는 2만 원대에서 11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매정하지만 남의 집안싸움이 내 재산을 불리는 기회가 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그러나 이를 틈타 개인 투자자를 현혹하는 전문 투기꾼도 많은 곳이 역시 주식시장이다. 타이밍을 노리는 투자에 자신이 없다면 자료를 바탕으로 냉정한 분석으로 장기 투자에 임해야 할 것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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