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시스템의 안전성 강화 책무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장단기금리 역전된 지금이 금융안정시스템 구축할 절호의 기회 최근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신규 주택자금 수요자는 물론 기존 주택자금 대출자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금리 발작에 변동금리형 대출을 받은 영끌족의 비명이 커져만 가고 있다.
장기고정금리 주택자금대출은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시장 리스크가 주택자금대출 보유 가계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주는 훌륭한 차단막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30년 고정금리 은행 대출상품이 없다. 은행이 신용도가 충분하지 못해 시장성 있는 금리로 장기 대출 재원을 조달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정책자금에 기반한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은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국가신용도보다 더 높은 신용도와 주택대출을 담보로 글로벌 시장에서 거의 제로금리 수준으로 대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안심전환대출은 가계의 주택자금대출을 저금리 30년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상품이다. 한도는 2억500만 원까지이고 수혜대상은 4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부부 합산소득이 7000만 원인 가계로 그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며 일반적인 대출상품이라 하기보다는 정책적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를 바라보고 있는 경제대국에서 보편적 권리로 가져야 할 금융접근성이 이리도 제한을 받는 것은 놀랄 일이다.
과연 정책(복지)의 역할이 아닌 가계신용시장에서 이런 상품으로 대출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 세계 10대 경제대국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이 미비하여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때마다 가계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이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은 댐 등 저수시설이 부족하여 전적으로 하늘이 내려준 비에 의존해 농사를 짓던 천수답과 무엇이 다를까? 비가 오지 않는다고 용수를 배급해야 했던 우리의 암울했던 과거의 기억처럼 금리상승기에 주택금융공사가 배급해주는 제한된 위험 절연 금융상품을 배급 받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주택가격이 4억 원을 넘거나 가계소득이 7000만 원을 초과하는 가계는 금융시장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고정금리 금융상품을 선택할 기회마저도 없는 것일까? 단지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자금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금융시장발 리스크를 온몸으로 받아내도록 내몰려야만 할까? 우리가 늘 벤치마킹하는 미국은 30년 고정금리 주택자금을 활용하여 가계가 금융시장 리스크로부터 절연되도록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후진적인 금융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마련되어 있음에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가슴 아픈 대목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여 장기 고정금리 대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커버드본드법이 도입되어 은행들도 장기 고정금리 대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커버드본드 발행시장 조성은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을 필요로 하는데 개별 은행들의 경우 먼저 나서서 이 비용을 부담하고 싶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활성화되면 금융소비자들이 누릴 효용이 엄청난, '가성비'가 뛰어난 시스템이다.
장기고정금리 자금조달이 활성화되지 못해 손해 보는 건 결국 금융상품 수요자들이다. 은행들은 자금 중개자로서 변동금리로 자금 조달하여 변동금리로 대출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변동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계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에서조차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에 대한 선택권은 없고 변동금리나 처음 5년간만 금리가 고정되는 제한적인 금리고정형 대출 상품만을 선택할 수 있다. 가계는 주택구입 후 금리가 급등할 때마다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고 가처분소득의 상당부분을 대출이자 상환에 할애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책무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강화하는 것이다. 금융인프라의 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금융시스템에 잠재해 있는 취약요인과 그 영향을 분석하고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사후적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금융안정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정말 소극적으로 중앙은행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강화 책무를 더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은행이 은행들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커버드본드 발행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타 정책수행 비용 대비 전혀 크지 않는 비용으로 금융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며 부동산시장의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선도적 조치이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된 지금이 금융시장 리스크로 가중된 가계의 고통을 해소해주는 금융안정 시스템을 구축할 절호의 기회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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