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규모 밝히지 않은 상황서 비관적 보도 쏟아져
피해 복구 우선이지만 원인 규명도 짚고 가야 할 문제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본 포항제철소의 정상화 시기를 놓고 정부와 포스코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관련 산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제철 산업은 그 특성상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는다. 포항제철소의 재고 역시 2∼3개월 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3개월 이내 정상화를 내걸고 있지만, 정부는 적어도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말대로 정상화에 3개월을 넘어서게 된다면 조선과 자동차, 가전과 같은 전방 산업의 피해가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와 포스코, 과연 누구 말이 옳은가?
고로는 정상화 됐지만, 문제는 압연과 열연 공장 정상화
철강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고로에서 녹인 쇳물을 전로로 보내 불순물을 제거하고 주조기를 거쳐 슬래브(Slab), 빌릿(Billet) 등을 만들어낸다. 이 슬래브와 빌릿은 반제품이다. 압연기 등을 거쳐야 선재와 후판, 열연강판, 냉연 강판의 완제품이 된다. 현재 포항제철소의 상황은 고로와 전로, 주조기는 거의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슬래브와 빌릿 등의 반제품 생산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반제품 이후 생산과정의 정상화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포스코는 이달 말까지 전기강판 공장을 정상화하고 후판 공장은 10월까지, 냉연, 열연 공장은 12월 초까지 모두 정상 가동해 3개월 안에 복구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정확한 워딩은 3개월 안에 정상화 '계획' 내지는 '목표'이기 때문에 3개월을 못 박은 것은 아니지만 내심 조기 정상화를 자신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이에 비해 정영진 산업부 1차관은 열연 2공장의 경우 정상화에 최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고 스테인리스 등 다른 부분도 정상화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포스코의 조기 정상화 주장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포스코, 정확한 피해 규모와 정상화 방법 밝혀야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의 조기 정상화를 내건 데 대해 비난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포스코가 정확히 피해 규모와 그에 따른 정상화 방안을 밝히지 않고 막연히 3개월 이내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언론은 포항제철소의 직원들을 취재해 정상화에 2년이 걸릴 것이라든가, 아예 제철소를 새로 짓는 게 나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포항제철소에는 40개가 넘는 공장이 있고 이 공장에는 각각 3000개가 넘는 모터와 실린더가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침수됐다는 것이다. 전기 기사가 모터 2개를 닦으면 하루가 다 가는데 어느 세월에 수십만 개의 모터를 복구할 수 있겠느냐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또 새로운 모터를 당장 발주해도 제조업체가 납품하는데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포스코가 이런 부분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 모터와 실린더를 포함해 침수된 설비가 어느 정도이고 현재 복구는 얼마나 진전됐는지, 그리고 새로운 설비를 발주하는 문제는 고려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고 그에 근거해서 3개월 이내 정상화 계획을 밝혀야, 전방 산업계든 국민이든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막연히 3개월 이내 정상화를 주장했다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조선업계에서는 후판 공급이 상당 기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 제품의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포스코의 정상화 계획을 믿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번 침수 피해의 원인 규명은 차후의 문제지만, 분명히 따져야
이번 피해의 원인을 두고도 정부와 포스코는 갈등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대형 기후 재난에 대비하지 못한 포스코에 책임이 있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예상치 못한 폭우로 생긴 천재지변이고 나름 최대의 대비태세를 갖췄다면서 경영진 등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고 항변한다.
물론 지금은 복구가 우선이고 책임 소재를 따지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주의를 분산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세계 제1의 제철소를 자부하는 포항제철소가 예고된 태풍에 멈춰섰다는 것은 꼭 따져야 할 부분이다.
포항제철소는 태풍 때마다 인근의 냉천이 자주 범람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물론 이번 폭우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폭우라 하더라도 포스코라면 그 정도는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 내친김에 포항제철소는 쓰나미나 지진 대비는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포항제철소는 비록 영일만에 감싸여 있지만, 고리 원전이나 울진 원전처럼 바닷가에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포항과 광양제철소도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이번 폭우에 맥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면 천재지변에 대비하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원전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쓰나미에 대비해 해안 방벽의 높이를 보강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최근 들어 2차 전지와 관련된 사업 분야에서 눈에 띌만한 성과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주사로 체제를 전환한 것도 이러한 신사업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포스코가 제철 사업에서 축적된 네트워크와 기술을 바탕으로 2차 전지 사업에 힘을 기울이는 것은 백번 응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신사업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본업인 철강산업에 대한 대비가 허술해진 것은 아닌지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번 침수 사태가 재난 대비태세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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