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폭우에 49년 만의 가동 중단…포철은 피해자일 뿐일까

UPI뉴스 / 2022-09-08 14:52:40
막대한 경제적 손실…관련 산업계 피해도 불가피할듯
복구 최대한 서두른다지만 조기가동 가능한지도 의문
ESG 강조한 포스코, 환경 재앙에는 안일하게 대처해
제철보국의 신념으로 경제에 이바지할 방법 고민해야
포항제철소가 멈춰섰다. 태풍 힌남노가 포항 지역에 폭우를 쏟으면서 포항제철소 고로 3기의 가동이 지난 7일부터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핵심 설비인 고로 3기는 침수되지 않았지만, 고로를 제외한 많은 설비가 물에 잠기면서 전기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에는 모두 4기의 고로가 있다. 이 가운데 노후화로 폐쇄한 1고로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개 고로가 전부 멈춰 선 것이다. 포항제철소의 가동이 전면 중단된 것은 1973년 쇳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 흙탕물에 뒤덮인 자재창고를 청소하는 포스코 직원들. [포스코 제공]

하루 매출 500억 원 피해…가동 중단 닷새 넘기면 고로 재가동에 3개월 이상 걸릴 듯

피해도 엄청나다. 포항제철소는 하루 4만1000톤의 쇳물을 생산하는데 이번 가동 중단으로 하루에 500억 원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일관제철소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고로가 5일 이상 멈춰 서게 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철광석을 녹여서 쇳물을 뽑아내는 용광로의 특성상 24시간 열기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가동 중단 기간이 5일을 넘기면 쇳물이 굳고, 고로 몸체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고로를 복원하는 데만 3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다. 

포항제철소의 가동 중단으로 관련 산업계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의 생산품은 물에 잠겨 고철로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하는 스테인리스 제품이나 조선용 후판은 당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포스코는 복구를 최대한 서둘러 8일 오전 변전소를 정상화했고 고로 3기도 10일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물에 잠겼던 전기 계통 설비들을 무사히 복구할 수 있을지는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흙탕물에 잠긴 포항제철소 전경 [뉴시스]

냉천 범람 막을 수 없었나…1차 책임 포항시에 있지만 포스코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 

포항제철소가 침수된 것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냉천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냉천은 포항제철소와 가깝게는 2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일차적인 책임은 포항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냉천 8.24Km를 대상으로 하천 정비사업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하천 폭이 좁아졌다. 또 땅 위에 시멘트가 깔리면서 유속은 빨라지고 자연 배수 기능도 떨어졌다. 여기에 냉천과 연결된 상류의 저수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저수지에 수문조차 없어 폭우가 쏟아지자 저수지로 들어온 물은 한꺼번에 냉천으로 흘러들어 피해를 키운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피해자일 뿐일까? 포스코는 ESG 경영을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ESG 경영현황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이 보고서에서 혁명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재앙을 어느 기업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랑한 것이다. 그런데 코앞의 냉천이 환경 재앙으로 범람할 줄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매출은 18조4947억 원에 달한다. 포스코홀딩스 전체 매출의 24.2%를 차지한다. 이렇게 중요한 사업장 옆의 위험 요소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것을 두고 마냥 포항시 탓만은 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포스코의 우향우 정신이 사라진 것 아닌가?

포스코, 특히 포항제철소는 그냥 잘 나가는 기업 중 하나가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제철소 건립 계획은 확정됐지만, 외자를 조달하지 못해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지어진 공장이다. 당시 고 박태준 사장은 선조들의 피 값인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제철소를 건설하는 만큼 실패하면 현장사무소에서 나와 바로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각오를 지녀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바로 이 우향우 정신이 포항제철소의 정신이고 우리 제조업의 대들보가 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천재지변에 속하는 폭우로 공장 가동이 멈춘 것을 두고 우향우 정신까지 들먹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해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포스코가 걸어온 길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리품처럼 여겨지는 회장 자리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지주사 본사 소재지를 두고 포항 시민과 벌이는 기싸움 역시 달가운 모습은 아니다. 과연 포항제철이 앞으로도 제철보국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를 떠받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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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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