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생계형 적합업종 재고…'김치=공짜 반찬' 생각 바꿔야
90% 이상 중국산인데 어떻게 김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나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깻잎 김치다. 동네 반찬 가게에서 구입한 깻잎 김치에서 담배꽁초가 나온 데 이어 모래 범벅인 깻잎 김치도 신고됐다.
깻잎 김치는 깻잎 채취와 세척, 절임, 포장에 손이 많이 가는 품목이어서 국내 반찬가게에서 판매하는 90%가 중국산이라고 한다. 작년 3월 중국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고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배추를 처리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문제가 됐던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다시 늘어나는 중국산 김치 수입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김치의 99%는 중국산이다. 국내 김치 수입량은 2019년 30만6050톤으로 최대치를 찍고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0년 수입량은 28만 톤이었다. 특히 작년에는 알몸 배추, 포크레인 김치가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면서 수입량이 크게 줄어들어 24만 톤에 그쳤다.
그러던 김치 수입량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 집계를 보면 올 5월 김치 수입량은 2만4844톤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2021년 5월보다 17.4% 늘어난 것이고 알몸 배추 파동이 일어나기 전인 2020년 5월보다도 600톤가량 많은 것이다.
올해 들어 김치 수입량이 늘어난 것은 물가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과 채소 가격이 올랐고 국내에서도 채소류의 작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중국산 김치로 돌아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산 김치 가격은 10Kg에 3만 원에 육박하지만, 중국산 김치는 1만1000원∼1만2000원으로 2배에서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와 더불어 알몸 배추 파동 때 중국산 기피 현상을 보였던 소비자들도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에 둔감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울뿐인 원산지 표시
최근 3년간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중국산 품목은 2169건이고 이 가운데 72%는 배추김치로 나타났다. 영세업체일수록 국산 김치와 수입 김치를 섞어 국산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또 영세 식당의 경우 원산지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국산, 중국산을 함께 표시해 사실상 원산지 표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해썹)을 강화했다. 해썹 인증을 받아야 하는 배추김치 해외 제조업체 기준을 연간 수입량 1만 톤 이상에서 연차적으로 낮춰서 2024년에는 모든 해외 제조업체에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썹 인증만으로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김치 대기업 규제…김치 경쟁력 떨어뜨려
자동화 기술 확보했지만 대규모 투자 이뤄져야
우리나라 김치 시장을 보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의 80%는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식당과 단체급식과 같은 기업 간 거래(B2B)는 수입 김치, 특히 중국 김치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이 뛰어들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2011년 김치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것이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이 B2B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중국산 김치에 대항할 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중기중앙회와 김치 제조업체들이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김치 공장 자동화에 성공했다. 김치 제조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김치 소 넣는 공정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따라서 공장 자동화에 투자가 들어가면 중국 김치와의 가격 경쟁에서 싸워볼 만한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자동화를 위한 대규모 시설 투자는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어렵다는 측면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과연 옳은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김치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우리 외식문화에서 김치는 무한 리필되는 기본 반찬으로 인식돼 있다. 식당 주인이나 고객 모두 김치는 공짜 반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식당 주인은 맛이나 위생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값싼 김치를 찾게 된다. 또 소비자도 공짜로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맛을 따지지 않을뿐더러 남기고 가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아쉬움을 갖지 않는다.
이제는 이 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김치가 반찬의 구색을 맞추는 싸구려 품목이 아니라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맛을 즐겨야 하는 쪽으로 외식문화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메뉴에 김치 항목을 따로 두고 국내산 김치 300원, 직접 담근 김치 500원 하는 식으로 표시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원산지 표시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식당 김치의 90% 이상이 중국산인 상황에서 어떻게 김치 종주국이 우리나라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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