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금리역전되면 자본유출은 당연한 것인가
과거 한미금리역전 때 외국인 국내채권 순매수
국가간 자금이동, 금리, 환율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총체적 상황 판단과 관리가 더욱 중요 돈에 대한 이자(interest), 그 이자율, 금리는 지금 첨예한 주목 대상이다. 인플레이션 대응에 적극 나선 미국 중앙은행이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즉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6월에 이어 7월에도 연달아 단행했고 이에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 상태가 됨에 따라 더욱 그렇게 되었다.
앞으로 금리 움직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8월과 9월, 또 그 이후의 통화정책 결정에서 한미 중앙은행이 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나가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양국 정책금리 움직임에 따른 내외금리 차이가 다시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국가 간에 금리 차이가 있으면 돈의 흐름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폭포수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자연의 원리이듯 돈의 흐름은 수익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찾아 움직이고 이는 자본의 원리이다. 자유로운 금융거래와 자본이동이 가능한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돈이 국경을 넘어 높은 수익이 있는 곳으로 가려는 속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렇듯 금리는 매우 민감한 존재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에 대한 이자 지급은 정당하지 않다고 반대했고 중세 유럽에서는 이자를 받지 말라는 성경 구절에 따라 이자를 금지했던 적이 있었다.
돈에 대한 이자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그러다가 16세기에 와서 종교개혁가 장 칼뱅이 이자 금지에 반대하고 나섰으며 비슷한 시기 영국에서는 이자가 합법화되었다. 근대 이후 산업혁명을 통해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금융산업이 발전했고 이자는 보편화되었다. 과거 논란이 되고 의문시되었던 이자, 이자율, 금리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핵심적 가격변수라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 핵심적 가격변수가 이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존재가 된 것인가. 그래서 국가 간 금리역전이 있으면 자본유출은 당연히 일어나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최근 예를 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금리가 미국금리보다 높았고 외국인은 한국에서 발행한 채권을 순매수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한국금리가 미국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났는데도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순매수했다. 즉 금리의 높낮이에 따라서 돈이 움직이는 기본원리가 항상 적용되지는 않았다. 글로벌 투자에는 금리 말고도 고려할 다른 요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다른 요소들은 무엇인가.
미국 연방대법원의 1937년 판례(First Nat. Bank & Trust Co. of Bridgeport, Conn. v. Beach)에서 비롯된 총체적 상황 판단(totality of the circumstances test) 이론이 있다. 어느 하나 또는 특정 요소에만 의존하지 않고 모든 정보와 상황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이론이다. 의사결정에 있어 경직적인 체크리스트(inflexible checklist)가 아닌 균형 있는 접근방법(balancing approach)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론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판례 이론이 경제 문제에도 적용되는 바가 있다. 금리만이 아닌 총체적 상황 판단이 중요하다.
국가 간 자금이 이동할 때는 금리나 환율 등과 같은 가격변수뿐만 아니라 투자대상국 경제에 대한 총체적인 판단 또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국제금융의 흐름을 주도하는 투자 주체들은 늘 투자대상국의 유동성, 신용위험, 그리고 중장기 경제여건의 안정성 등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인이 내외금리가 역전되었을 때에도 우리나라에 투자를 많이 한다는 것은 우리의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끼치는 경제의 기초체력, 이른바 기초경제여건(fundamental) 등이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는 나라임을 뜻한다.
기초경제여건 등이 취약할 경우에는 자국 금리가 해외 금리보다 높더라도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금리가 높은 일부 신흥국에 투자자금이 몰리지 않는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 결정에 있어 총체적 상황 판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의 대내외 경제 및 정치 여건 등을 돌아볼 때 해면에 일어나는 포말을 보되 심해의 흐름을 중시해야 하는 시기이다. 금리, 환율 등 가격변수의 움직임에 주도면밀하게 대응하고 적시성 있게 정책을 수행하되 우리 경제의 기초경제여건을 견실하게 다지는 가운데 대전환기 미래전략산업 육성의 스퍼트(spurt)를 통해 경제 강국으로의 도약을 확고히 하며 각 부문 제도와 제도운영 면에서도 구조개혁 추진의 고삐를 당기는 등 총체적 상황 판단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노력의 긴요함을 인식해야 할 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geopolitical) 요인에서 비롯된 공급 압박 인플레이션 대응에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인상으로만 모든 것을 풀어나가려고 한다는 일각의 비판은 가학적(加虐的) 통화주의(sado-monetarism)라는 과장된 표현으로 들려오기도 한다.
여기에서 초래될 수도 있는 일시적인 내외금리 차이 등 가격변수의 급격한 움직임을 해면의 포말에 비유한다면 총체적 상황 판단과 관리는 심해의 흐름을 함께 직시하는 균형 있는 행동철학의 가치와 중요성을 시사해 주고 있음을 8월의 바다를 보며 생각해 본다.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美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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