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6990원 vs 3만원…재연된 치킨게임, 승자는 누가 될까

UPI뉴스 / 2022-08-09 14:17:44
대형마트 3사 저가 치킨 공세…고물가 시대 큰 인기
미끼 상품으로 영세 상인의 몫 빼앗는다는 비난 적어
프랜차이즈 치킨값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 촉발할 듯
걷잡을 수 없는 물가상승 속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의 고군분투와 이에 호응하려는 유통업계의 저가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이 바로 치킨이다. 

홈플러스를 시작으로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저가 치킨 판매에 뛰어들었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30일부터 한 마리에 6990원, 두 마리에 9900원에 내놓았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30% 수준에 불과한 가격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26만 마리에 달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계획했던 1∼2개월 치 목표 판매량을 1주일 만에 팔아치우는 인기를 끌고 있다. 홈플러스에 이어서 롯데마트는 한통치킨, 이마트는 5분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저가 치킨 경쟁에 뛰어들었다. 가격 차이는 있지만, 중량을 기준으로 하면 서로 비슷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은 싸다는 것 이외에도 두 가지 관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과연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이 미끼 상품, 즉 손님을 끌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10년 전에 등장했던 통큰치킨의 추억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두 번째 관점은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이 손해를 보고 파는 상품이 아니라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문제다.

▲ 치킨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10년 전 통큰치킨의 좌절

저가 치킨의 원조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당시 프랜차이즈 치킨이 1만2000원 하던 시절,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선보였다. 한 통에 5000원에 불과하고 내용물도 30% 많은 치킨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요즘 표현으로 치킨런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곧 역풍을 맞았다. 영세 골목 상권을 말살하는 대기업의 횡포라는 반발이 이어졌고 정치권도 선을 넘었다면서 통큰치킨 때리기에 가세했다. 결국, 통큰치킨은 일주일 만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번 저가 치킨은 미끼 상품이 아닌가?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홈플러스 직원이라는 사람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내용은 홈플러스가 만드는 저가 치킨은 냉동 닭이 아니고 생닭이며 기름도 프랜차이즈 업체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 이익이 남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끼 상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이 글의 진정성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에는 계산에서 빠진 원가 부분이 있을 것이다. 먼저 매장 임대료는 빠져있을 것이고 또 닭을 튀기는 직원의 인건비도 정상적으로 계산됐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여기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광고 홍보비도 따로 책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 가격과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을 액면 그대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프랜차이즈 치킨, 비싸게 팔아서 가맹 본사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 아닌가?

프랜차이즈 치킨은 배달비를 포함하면 3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대형마트 저가 치킨에 임대료와 인건비, 홍보 광고비가 빠져있다고 하더라도 6990원과 비교하면 너무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는 생닭 가격은 물론 기름값, 파우더 가격까지 모두 올랐기 때문에 가격에 거품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BBQ 윤홍근 회장은 지난 3월 한 인터뷰에서 배달비를 빼고도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 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작년도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실적을 보면 "남는 게 없다" "밑지고 판다"라는 말은 역시 거짓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bhc는 작년 매출 4771억 원, 영업이익은 1538억 원이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9.2%, 영업이익은 18.3%가 증가했다. 제네시스BBQ 역시 매출은 13% 이상 늘어난 3624억 원, 영업이익은 14.5% 증가한 608억 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교촌도 매출 5076억 원을 올리며 전년의 기록을 넘어섰다.

특히 프랜차이즈 치킨 본사의 영업 이익률을 보면 비싼 치킨 가격의 최대 수혜자는 가맹점 본사임을 알 수 있다. 보통 식품업계의 평균 영업 이익률은 5%에 불과하다. 그런데 치킨 3사의 영업 이익률은 bhc가 무려 27.3%, BBQ는 18% 수준이고 교촌도 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지나치게 많이 남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 소비자 선택의 폭 넓히는 계기

10여 년 전 통큰치킨이 등장했을 때, 사회 분위기는 영세 골목 상인의 불이익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번에도 가맹점 본사는 영세 가맹점의 어려운 처지를 내세워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을 좌절시키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을 보는 사회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싸게 먹을 수 있는 치킨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힌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고물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다.

한때 프랜차이즈 치킨은 동네 치킨보다 맛이 좋다는 것, 즉 레시피의 특이성에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형마트 저가 치킨의 등장으로 그 맛이 그 맛이라는 평가가 많아졌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이름에 기대서 비싼 가격을 고수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제는 가격에서도 솔직해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재료 가격이 올라서 가격을 올렸다면 재료 가격이 떨어지면 가격을 내리는 진정성을 보여 줄 것을 소비자들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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