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왜 이재명은 '의원 욕하는 플랫폼'을 제안했나

장한별 기자 / 2022-08-08 09:10:01
李 '인민재판식' SNS 운영, 지지자들은 장점, 강점으로 여겨
지지자에게 감명 주겠다는 강박에 과격·모순 발언 나오는듯
"욕하는 건 범죄행위"라면서 '의원 욕하는 플랫폼' 제안하나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다. 그래서 의원들의 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해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 (일간·주간·월간 집계를) 해보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자 당대표 후보인 이재명이 지난 7월 3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북 북부·중부지역 당원 및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토크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이에 당 안팎에서 다음과 같은 비판이 빗발쳤다. 

"자신과 반대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민주당 의원 박용진) "자칫하면 이는 온라인 인민재판과 같이 흐를 우려"(민주당 의원 강훈식) "강성 지지자들에 편승하고 이용하려는 얄팍한 행태"(민주당 의원 이상민) "자신에게 비판적인 민주당 인사들에게 마구잡이 난사를 하려는 모양"(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마구 조롱하고 짓밟고 물어뜯는 '광란의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전 국민의힘 의원 전여옥)

나의 관심사는 "왜 그랬을까"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리라는 걸 몰랐을까? 그랬을 리 없다. 논란이 되더라도 강성 지지층의 뜨거운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몸에 밴 버릇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SNS 대통령'으로서 이른바 '좌표 찍고, 벌떼 공격' 전술에 능했다.

2017년 1월 5일에 일어난 한 사건을 보자. 그날 이재명은 자신의 SNS에 "성남시청 스케이트장이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반대에 따른 예산 삭감으로 사라지게 되었다"며 성남시 야외 스케이트장 가설 건축물에 부착되었다는 '야외 스케이트장 예산 삭감에 대한 안내문'의 이미지를 올렸는데, 해당 이미지엔 반대했다는 새누리당 시 의원들의 실명까지 적혀있었다.

이 안내문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카페, 블로그 등으로 일파만파 퍼져 나가면서 악성댓글과 인격 모독성 막말들이 줄줄이 달렸다. 심지어 해당 의원들의 연락처가 담긴 신상마저 공개돼 협박성 문자마저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희한한 건 이러한 '인민재판식' SNS 운영이 지지자들에겐 이재명의 장점이자 강점으로 여겨졌다는 점이다. 

이재명의 열성 지지자인 나꼼수 김용민은 이 사건이 자신이 이재명의 지지자가 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의 해당 트위터 메시지는 "시민이 나서 혼내 달라"는 의중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기서 '이재명은 금세기에 다시 만나기 힘든 전대미문의 싸움꾼'임을 직감했다."

이재명은 '전대미문의 싸움꾼'인 동시에 '전대미문의 장난꾸러기'의 모습도 보인다. 이재명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내가 재밌자고 한 얘기에서 조금만 삐끗하면 그거 가지고 침소봉대해서 전혀 본질과 다른 얘기들을 막 만들어내기 때문에 요즘은 정말 말하기 불편하고 힘들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재밌자고 한 얘기"라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텔레비전에서 본 그의 발언 모습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장난기 어린 표정이 가득했다. 

이미 우리는 지난 5월 15일 인천 계양을 선거운동에서 그런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당시 국민의힘 대변인 박민영은 "이재명 후보는 술집으로 들어가 휴대폰을 보고 있던 여성을 콕 찌르고 도망가는 등 잔망스러운 행보를 계속했다"고 했는데, 나 역시 텔레비전을 통해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어이없어 했던 기억이 난다.

지지자들에게 과도한 '애교'를 부리는 것만 해도 그렇다.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지현은 "정치인이 '아이돌'도 아닌데 애교를 왜 부리나...그게(애교) 정치인의 덕목은 '절대 아니다'라고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한 유튜버가 집을 찾아왔던 테러 이후, 이 의원이 팬덤들에게 '박지현을 향한 비난과 억압을 멈춰라'라는 메시지를 냈다. 팬덤들이 거기에 서운함 표하니까, 이 의원이 그날 밤새 팬덤들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화난 사람들을 달래더라....그 밤에 애교('또금만 더 해두때요')를 왜 부리냐. 그 사람들 달래려고 '나 좋아하니까 싫은 소리 한 건 한 번만 봐 달라' 이런 거 아닌가."(더팩트, 7월 25일 인터뷰)

혹 사람이 워낙 좋아서 그런 걸까? 그간 논란이 됐던 이재명의 발언들은 대부분 열성 지지자들 앞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들을 즐겁게 만들어주거나 어떤 식으로건 감명을 주어야겠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거나 과거에 했던 발언들과는 모순되는 실언들이 자주 나오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의원 욕하는 플랫폼'이라는 말은 이재명이 억울하게 생각할 만한 표현일망정, 제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이라는 식으로 순위를 매기는 일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인천에서 선거운동할 때 자신에게 욕한 시민을 따라가 "욕하는 건 범죄행위"라고 경고했던 것도 상기하는 게 좋겠다.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조금만 해봐도 '의원 욕하는 플랫폼'은 난센스라는 데에 흔쾌히 동의하시리라 믿는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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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별 /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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