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캐리백도, 부실 샌드위치도 모두 '깨진 유리창'
잘 수리하면 전화위복…정용진 직접 사과 어떤가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의 발암물질 검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 했지만 시점이 문제다. 너무 늦었다.
자신이 한 연구기관의 직원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SNS에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 검출 사실을 알렸을 때만 해도, 설마 그럴까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스타벅스 측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을 때 발암물질 검출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그런데 가장 최근 보도를 보면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것을 스타벅스가 이미 5월에 인지했다고 한다. 서머 캐리백을 만든 중국 업체가 지난 5월 말 시험성적서 자료를 스타벅스에 통보했는데 그 자료에 이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타벅스는 의류나 침구류와는 달리 가방류에는 폼알데하이드 안전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했다. 그 때 행사를 중단하고 이미 나간 서머 캐리백을 회수했다면 파문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폼알데하이드 파문이 커지자 잊힐 만 했던 다른 사례들도 잇따라 소환되고 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화학물질 냄새 나는 종이 빨대 파문. 또 지난달에 있었던 부실 샌드위치 논란.
이렇게 되자 지난해 7월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지분 17.5%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된 이마트에 비난의 화살이 향하고, 급기야 정용진 부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깨진 유리창 방치된 스타벅스
기업의 위기관리를 얘기할 때 곧 잘 등장하는 이론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원래 범죄심리학 이론으로 등장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건물 주인이 그대로 방치하면 지나가는 행인들은 관리를 포기한 건물로 여기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도 깨뜨리게 된다는 이론이다.
경제의 영역에서 본다면 식당 화장실이 지저분하다면 주방도 깨끗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이 여기 해당된다. 기업은 사소한 잘못이라고 판단하거나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그 기업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게 되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의 이론에서 볼 때 스타벅스의 불쾌한 종이 빨대와 부실한 샌드위치 그리고 발암물질이 검출된 서머 캐리백, 이런 것들 하나 하나가 깨진 유리창일 수 있고 이에 대한 스타벅스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오만함이 방치한 '깨진 유리창'
깨진 유리창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의 눈에는 잘 보이지만 회사는 무심코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까짓 것' 내지는 '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는 발상이 눈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치열하게 시장을 빼앗아 오려는 후발주자들은 모든 것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만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1위 업체는 오만에 빠져 깨진 유리창을 놓치게 된다.
스타벅스는 매장이 1700개에 육박하고 작년 매출이 2조 원 수준으로 압도적인 1위업체이다.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건물 가치가 올라간다면서 많은 건물주들이 스타벅스 유치에 혈안이 된 것도 사실이다. 유력인사를 동원해 스타벅스에 로비를 벌인다는 것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여기서 비롯된 오만함이 불쾌한 냄새가 나는 빨대도, 빈약하기 짝이 없는 샌드위치도 그리고 발암물질이 검출된 서머 캐리백도 깨진 유리창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이런 문제들이 단순한 하청업체 부실관리나 조직의 감독 소홀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병인(病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스타벅스의 소홀한 대응에서도 알 수 있다.
소홀한 대응으로 봉합하려 한 스타벅스
기업도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깨진 유리창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깨진 유리창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확인을 하고도 그 대응이 소홀한 데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대충 테이프를 붙여서 깨진 유리창을 봉합하려 들 때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경우에도 냄새나는 빨대나 샌드위치 논란 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사과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서머 캐리백도 처음에는 음료 쿠폰 3장으로 막아 보려했고 나중에는 3만 원짜리 리워드 카드 또는 새로운 증정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화난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 한 것이다. 애초 증정품을 받으려면 특정 종류의 음료 3잔을 포함해 모두 17잔을 마셔야 했다. 아메리카노 1잔을 4500원으로 잡아도 7만6000 원이 넘는 돈이다. 무료 음료 3잔과 3만 원으로 마음을 풀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해석된다.
깨진 유리창을 싹 갈아서 새로운 유리창으로 바꾼 게 아니라 대충 스카치테이프로 붙이려는 것은 아닌지 스타벅스는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깨진 유리창, 제대로 수리하면 전화위복 기회 된다
스타벅스는 1999년 7월 27일 이화여대 앞에 첫 매장을 열었다. 지난 주 수요일이 23번째 생일이었던 셈이다. 스타벅스는 한국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했고 좋든 싫든 스타벅스 만의 문화를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고 소홀하게 봉합하다가 이제 최대의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결론은 제대로 수리하고 수습하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흔들렸던 소비자 마음을 되돌리고 더욱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995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낙서를 단속하고 지하철 벽을 깨끗하게 청소하자 범죄율이 떨어진 사실이 이러한 결론을 뒷받침한다.
스타벅스도 이쯤에서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빨대나 샌드위치, 서머 캐리백 말고도 깨진 유리창은 없는지. 그리고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는데 소홀함은 없었는지, 물론 이러한 변화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진정성을 담는 것은 필수 사항일 것이다. SNS에 친숙한 정용진 부회장이 나서서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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