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과정에서 골프장 회원들 600억원 넘는 재산상 손해
'모종의 거래' 루머…유진PE, 매각 과정 투명하게 밝혀야 5년 전 파산절차를 거쳐 제3 자에게 넘어갔던 골프장이 불과 2년 만에 원래 주인으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파산 과정에서 골프회원권을 보유했던 사람들이 막대한 손해를 봤기 때문에 파문이 예상된다.
문제의 골프장은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양지파인리조트. 어떤 과정으로 파산했고 누구에게 넘어갔다가 왜 다시 원래 주인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일까. 따져보기로 하자.
1985년 무림제지 그룹 인수…창업주 막내아들이 소유
양지파인리조트는 1971년에 설립됐다. 골프장과 스키장, 콘도를 운영하는 데다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유명 리조트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85년 중견 그룹인 무림제지그룹이 양지파인리조트를 인수했고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이동훈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1년에는 삼성물산의 설악 연수원을 사들여 설악파인리조트를 개장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이후 매출이 줄어들어 경영 상태가 나빠지면서 2016년 2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파산절차 통해 유진PE로…회원들은 600억 손해
결국 양지파인리조트는 2017년 법원의 파산절차를 거쳐 1900억 원에 유진그룹의 사모펀드인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로 넘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은행을 비롯한 주요 채권자들은 채권 대부분을 변제받았다. 문제는 골프장 회원들이었다. 파산절차에 들어가기 1년 전 회원권은 300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됐고 파산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700만 원 정도의 가격을 유지했다. 그런데 파산을 통해 골프장 회원들이 보상받은 것은 장부가가 기준이 됐다.
당시 골프장 회원은 모두 2588명. 이들 가운데는 골프장이 문을 연 1970년대부터 회원으로 등록된 사람들이 많았다. 장부가격으로 보면 4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2000명을 넘었고 초기 회원 가운데는 장부가가 2백만 원 정도인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파산 1년 전의 시세로 따지면 전체 회원권의 가치가 810억에 달했으나 이들이 보상받은 금액은 183억 원에 그쳤다. 무려 620억 원이 넘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어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유진PE, 직접 운영할 거라더니…2년 뒤 원주인 무림그룹에 매각
양지파인리조트를 인수할 당시 유진그룹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룹에서 또 다른 골프장, 푸른솔GC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골프장 운영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단순히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가 아니라 골프장 운영에 진심이 있는 것처럼 내세운 것이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유진그룹은 이런 자상한 설명과 자신감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2019년에 양지파인리조트를 매각한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파산했고 이 회사를 인수한 사람이 되파는 것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유진PE로부터 양지파인리조트를 사들인 주체가 다시 무림제지그룹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양지파인리조트는 유진PE를 징검다리로 해서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 것이다.
유진그룹의 사업적 판단? 막대한 피해 본 회원들은?
이에 대해 무림그룹의 관계자는 양지파인리조트를 현 회장의 동생이 소유하고 있다가 파산해서 유진PE로 넘어갔고 유진PE로부터 그룹 주력사인 무림페이퍼가 되사들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무림그룹은 창업주의 차남 이동욱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양지파인리조트를 인수한 것은 사업적인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고 회장 동생이 소유했었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진그룹 역시 양지파인리조트를 인수했다가 되판 것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결정된 것이고 무림페이퍼에 매각한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겉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거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파산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를 봤던 골프장 회원들도 이러한 거래를 정상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악의적으로 해석한다면 당시 지나치게 많은 회원을 정리하기 위해 파산이라는 절차를 악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원칙대로 퍼블릭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장 가격으로 회원권을 매입해야 함에도 이를 피하려고 파산절차를 밟았고, 이 과정에서 유진PE가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유진PE, 거래 과정 투명하게 밝혀야 의혹 해소될 것
이러한 의혹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진PE가 먼저 매각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유진PE는 양지파인리조트를 인수한 자금 1900억 원 가운데 900억 원은 재무적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는데 무림그룹과 관계된 돈은 없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또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무림페이퍼가 인수 대상자가 됐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수도권의 골프장 매각 가격은 홀당 기준으로 2017년에는 평균 45억 원 수준으로 바닥을 찍었다가 2019년에는 85억 원이 넘는 강세를 보였던 때이다. 따라서 얼마에 무림그룹에 넘겼는지도 정상적인 거래임을 밝히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로 보인다.
사적인 거래인데 왜 거래내용을 밝혀야 하느냐는 반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피해를 본 골프장 회원들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더구나 파산절차가 진행되던 2017년 당시에도 유진그룹과 무림그룹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루머도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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