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김영환 충북지사는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배워야 한다

박상준 / 2022-07-12 16:42:56
영국 행정학자 파킨슨은 과거 해군에서 근무하면서 재밌는 현상을 발견했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14년간 함정은 67%, 장병은 31.5% 감소했지만 해군행정인력은 외려 78%나 증가했다. 해군 규모나 업무량이 줄어들었지만 행정인력은 매년 5.75% 늘어났다.

그래서 1957년에 나온 것이 '파킨슨 법칙'이다. 공조직은 그냥 두면 아메바처럼 자가증식하면서 자꾸만 비대해진다. 비효율적인 조직이 파생돼 예산낭비가 심해지고 '위인설관'식 자리도 생긴다. 민간기업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공기관 구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점을 감안했을 것이다. 그는 시 산하 문화예술 분야 6개 출연기관을 하나의 새 기관으로 흡수 통합하는 구조개혁에 드라이브 걸고 있다. 물론 통합 과정에서 불이익을 보는 직원이 없도록 임원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추진하고 있다.

통합이 정상대로 이뤄지면 기관장 임금 등 공통경비가 연간 47억 원 정도 감소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위탁사업비 절감, 기능 중복사업비 절감,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으로 연간 1000억 원의 예산을 절약해 꼭 필요한 다른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반발도 나온다. 사퇴 의사를 밝힌 기관장 중엔 취임한지 3개월밖에 안된 경우도 있어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의회에서도 속도 조절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홍반장'이라고 불릴 만큼 시원시원한 리더십을 가진 그가 개혁을 멈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2013년 경남지사 재직시절 감사결과 25억7000여만 원의 재정손실을 끼친 진주의료원도 과감히 폐업조치한 바 있다. 

경영효율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다보면 공공의료원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공익성을 이유로 국민혈세를 제멋대로 낭비하면 결국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대구시만인가. 충북도도 정리해야할 위원회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충북도는 규정 운운하며 강제로 없앨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충북도가 운영 중인 위원회는 무려 179개다. 이들 위원회 위원만 3300여 명에 달하고 이들에게 회의비 수당 명목으로 해마다 5억 원의 예산이 든다. 위원회는 이시종 전 지사 재임 12년간 거의 3배가량 늘었다. 머리를 쥐어짜내 이렇게 많은 위원회를 만들고 이름을 붙인 공무원들의 노고가 안쓰러울 정도다.

위원들 중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수당을 주기 위해 앉힌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이 전 지사가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일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특정인을 위원으로 중복해 선임하고 지시했다는 소문도 있다.

새 도정이 출범했으면 유사 중복 위원회는 통합해야 한다. 예산도 낭비지만 불필요한 위원회가 급증해 회의 때문에 관련부서 공무원들이 일할 시간마저 빼앗기는 사례도 있다. 

파킨슨 법칙처럼 충북도의 각종 위원회는 매년 줄기차게 늘어 '비효율의 상징'이 돼버렸다. 그런데도 충북도는 "법령과 조례를 개정하지 않는 한 위원회를 강제로 해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복지부동은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홍준표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공공기관까지 구조개혁했다. 충북도가 일부 위원들 눈치보느라 위원회를 손 못댄다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영환 지사는 홍준표 시장에게 배워야 한다.

▲ 박상준 충청본부장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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