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무알콜 맥주'는 안되고 '맥주맛 탄산수'는 된다?

탐사보도부 / 2022-06-22 08:52:05
하이트진로 제로, 클라우드 제로는 판매 금지인데
빙그레 '산토리니 맥주향 탄산수'는 버젓이 판매
같은 '무알코올 맥주'인데…형평 논란, 악영향 우려
'무알코올 맥주'라는 게 있다. 맥주 맛이 나지만 알코올이 없는 음료다. 그러니 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은 살 수 없다.

현행법상 무알코올 맥주도 성인만 구매가 가능하다. '하이트진로 제로', '롯데칠성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같은 것들이다. 이들 무알코올 맥주를 사려면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빙그레가 지난해 출시한 '산토리니 맥주향 탄산수'다. 이름만 탄산수일 뿐 이 제품 역시 무알코올 맥주인데, 청소년 구매가 가능하다.

산토리니 탄산수는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에서 성인 인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UPI뉴스가 위메프, 네이버스토어, 인터파크, 11번가 등에 입점한 업체 6곳에 물어보니 "청소년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하이트진로 제로의 경우 대부분 구매 전 '성인 인증'이 필요했다. '성인 인증' 없이 구매 화면 접근이 가능한 롯데백화점 온라인쇼핑몰, SSG닷컴 등 3곳에 물어보니 "성인만 구매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똑같은 무알코올 맥주인데, 하이트진로 제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안되고 산토리니 맥주향 탄산수는 되는 이유가 뭔가.
 
▲ 빙그레 산토리니 맥주향 탄산수. [서창완 기자]


▲ 성인용 표시가 된 클라우드클리어 제로와 하이트진로 제로. [온라인 쇼핑몰 화면 캡처]

무알코올 맥주를 청소년에게 판매하면 안되는 법적 근거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다. 이 법 9조는 '어린이의 건전한 정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식품이나 그러한 도안이나 문구가 들어있는 식품 판매 금지'를 규정하면서 1항에 '돈, 화투, 담배 또는 술병의 형태로 만든 식품'을 적시했다.  

하이트진로 제로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캔맥주 모양 그대로다. 산토리니 탄산수는 생김이 다르기는 하다. 생수병과 유사한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엄연히 맥주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똑같은 무알코올 맥주다.  

무알코올 맥주는 청소년 음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 제한의 명분이 뚜렷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에 성인용 표시를 하는 목적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술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음주 습관이 형성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산토리니 맥주향 탄산수가 버젓이 청소년에게 팔리는 현실은 형평에도 어긋나고, 사회 통념을 거스르는 부조리가 아닐 수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 식품 표시 기준상 제품에 알코올이 있건 없건 알코올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어야 성인용이란 표시를 할 수 있는데, 산토리니 탄산수 겉면에는 '알코올'이라는 세 글자가 아예 없어 성인용 표시를 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무알코올 맥주는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보호법에서는 주세법에 따른 알코올 1도 이상 주류를 청소년 유해 약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못 팔게 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무알코올이지만 맥주향이 나기 때문에 19세 미만 판매 금지 제품이다. 현재 빙그레 공식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성인 인증을 해야만 살 수 있다"고, 청소년에게 버젓이 팔리는 현실과 다른 얘기를 했다.

결국 법과 제도의 맹점이고, 규제의 사각지대다. 무알코올 맥주 산토리니 맥주향 탄산수가 그 맹점을, 사각지대를 파고든 꼴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는 상품 분류 체계가 굉장히 다양하게 세분화해서 나오고 있는데, 이에 땜질식으로 대처하다 보니 규제 사각지대가 생겨나는 것"이라며 "업계 간 형평성 문제는 물론 청소년 보호 목적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산토리니 제품 성분표시 라벨에는 '성인용' 표시가 없다. [온라인 쇼핑몰 화면 캡처]

KPI뉴스 /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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