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젠더갈등 폭발…유튜브에 젠더교육 떠넘긴 결과

UPI뉴스 / 2022-06-07 09:36:55
유튜브 이용 급증하기 시작한 2018년…젠더 갈등 폭발
언론 역할 하는 유튜브…'미투 음모론' 통해 여성혐오 장사
정치권과 사회, 유튜브 방치하며 젠더교육 떠넘긴 셈
한국리서치가 올 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71%로, 1년 전 조사 때보다 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특히 20대(만 18∼29세)의 90%가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작년보다 15%포인트 상승한 것이었다.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20대 여성의 62%는 향후 젠더갈등이 지금보다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20대 남성도 43%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대선(3월 9일) 직후 공동으로 진행한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6.6%가 '한국 사회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20대가 79.8%로 가장 높았고, 20대에서도 여성이 82.5%로 가장 크게 동의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언론인 니콜라스 로카는 "한국에선 중·장년층보다 젊은 세대의 젠더 갈등이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이 유럽 독자들에겐 놀라운(mind-blowing) 현상"이라고 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에서 국민들은 남녀 갈등이 주로 나타나는 공간으로 직장(49.4%)에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37.8%)를 꼽았다. 온라인 이용률이 높은 10~30대는 60% 이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첫손에 꼽았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남녀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데에는 국민 10명 중 7명(68.9%)이 동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는 남녀 갈등의 주 전장(戰場)이 되었지만, 전장에 나서기 위해 갖춰야 할 무기를 제공하고 훈련이 많이 이뤄지는 곳은 유튜브다. <캐스팅보트: MZ세대는 어떻게 정치를 움직이는가>(2022)의 저자인 이동수는 한국에서 젠더갈등이 폭발한 2018년은 한국인들의 유튜브 이용과 진출이 본격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해라는 점에 주목한다. 유튜브를 활용한 폭로와 이슈몰이가 붐을 이룬 가운데 "본래 상당한 인화성을 내재한 젠더갈등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이버 렉카라는 불씨를 만나 거대한 불길처럼 타올랐다"는 것이다.

사이버 렉카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차를 견인해가는 렉카(견인차)처럼, 사건·사고가 생길 때마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 이슈에 편승하는 유튜버를 말한다. 이동수는 "사이버 렉카들이 주로 다루는 내용은 젠더갈등, 갑질, 인성 논란 등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소재들인 경우가 많다"며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공론장을 마련하는 일에 계속 눈감는다면, 사이버 렉카들은 앞으로도 그 분노를 연료로 삼아 온라인 세상에서의 거친 질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비단 사이버 렉카들만 그런 건 아니다. 유튜브는 공론장으로서 양지와 음지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돈벌이에 치우친 유튜브일수록 음지의 성격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그 어떤 정치적 당파성까지 가세하면 최악의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그 대표적 예가 2018년 2월 유튜브에서 제기된 '미투 음모론'이었다.

당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성범죄 미투 폭로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김어준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라는 유튜브 방송에서 그걸 정치적 공작의 일환으로 보는 충격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다. 논란은 장사가 되는 법이다. 그의 발언은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김어준이 환영한 건 논란의 파급효과였을 게다.

유튜브에서 '여성 혐오'를 통해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 구조가 생긴 것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지만, 정치권과 사회는 팔짱낀 채 구경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사이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경남의 한 남자중학교에서는 한 남학생이 교사들에게 돌아가며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느냐"고 묻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생은 "페미 책을 읽은 교사에게는 배울 것이 없다"면서 책을 읽었다고 답한 교사들이 진행하는 수업 시간엔 잠만 잤다고 한다. 이 학교 교사 A씨는 "요즘 학생 상당수는 극단적 유튜버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상대 성별을 '적(敵)'으로 규정한다. 해당 남학생도 그런 경우였다"고 했다.(조선일보, 2022년 5월 18일)

과연 젠더갈등이 유튜브 때문에 폭발한 것인지에 대해선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사실상 언론 역할을 하는 유튜브를 언론으로 간주하지 않은 채 방치해 온 정치권과 사회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무책임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2021년 7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유튜브를 이용했다고 답한 초·중·고등학생 응답자는 85.2%에 달했다. 사실상 젠더교육을 유튜브에 떠넘긴 셈이니, 날이 갈수록 젠더갈등이 심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유튜브 문제는 '증상'일 뿐 '원인'은 아니다. 유튜브의 양지를 키우고 음지를 억제하는 일을 언제까지 시장 기능에만 맡겨둘 것인가. 갈등을 빚는 양쪽 모두 그 문제를 외면한 채 소통과 대화의 의지는 없이 상대에 대한 비판만 하면서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는 바, 이마저 유튜브가 강요한 건 아니잖은가.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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